[국제] 머스크에 힘 실어주는 트럼프…틱톡 인수 허용·우주위 폐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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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2일 차인 2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인수하고 싶다면 난 열려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폐지를 주장해 온 국가우주위원회도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머스크에게 다방면에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기자회견에서 “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을 머스크가 인수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제3자가 틱톡 지분을 사서 그 절반을 미국에 주면 이에 대해 정부가 미국 내 사업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다. 트럼프는 “틱톡의 미국 서비스가 중단되면 이 기업이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미국에서 계속 사업할 수 있다면 기업 가치가 1조 달러(약 1437조원)에 달한다”고도 말했다.

미국 내에서 1억7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틱톡은 현재 미국에서 퇴출 위기다.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법이 지정한 매각 기한이 지난 19일이었는데, 그때까지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권을 팔지 않아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었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틱톡 운영 중단을 75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이를 두고 “사실상 머스크가 틱톡을 인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의 머스크 지원은 우주 분야로도 이어질 모양새다. 21일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백악관 국가우주위원회를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간 스페이스X는 규제기관인 국가우주위원회의 폐지를 주장하며 트럼프 측에 로비해 왔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도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겠다”며 머스크의 숙원인 ‘화성 개척’에 발을 맞추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머스크만 바라보는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빅테크(정보기술 대기업) 간 경쟁을 촉발해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실제로 트럼프는 21일 기자회견에서 틱톡 인수 대상으로 머스크와 함께 당시 회견장에 있던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날 회견은 오라클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 AI 산업에 최소 5000억 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하는 합작회사 설립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와 관련, 이날 이코노미스트는 “(머스크를 포함해) 빅테크 수장들의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이 과대 평가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이 트럼프 취임식에서 전면에 나서며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실상 트럼프가 이들을 신뢰하는지는 의문이란 관점에서다. 그래서 빅테크 사이에 트럼프와 유착하기 위한 인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의 취임사에는 ‘기술(technology)’ 관련 언급이 없었다. “취임 연설은 주로 불법 이민과 에너지 확대, 제조업 부흥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트럼프가 빅테크 억만장자들에 대한 ‘마가(MAGA)’의 반발 여론을 고려한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트럼프 입장에선 그의 지지층인 자동차산업 등 전통적인 제조업의 노동자들을 무시할 순 없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어떤 대통령보다도 거래적인 트럼프는 인맥주의와 사적 거래의 위험이 크다”면서도 “미국의 기술산업과 경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과두제(oligarchy)’로 굳어지기엔 너무 통제하기 어렵고 역동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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