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직에 남은 거인 필승조…“올 가을 부산갈매기 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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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뒷문을 책임지는 김원중(왼쪽)과 구승민. 이번 겨울 나란히 FA 계약을 마친 둘은 올해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짐했다. 송봉근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 10개 팀 중 7위(66승 4무 74패)였다. 두산 베어스의 전성기를 이끈 김태형(58)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마운드가 크게 흔들려 가을야구는 구경만 했다. 구경꾼 신세가 유독 씁쓸했던 두 선수가 있다. 롯데의 불펜을 책임지는 김원중(32)과 구승민(35)이다. 구단 최초로 100세이브, 100홀드를 기록했던 두 선수는 지난해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그 끝은 롯데의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부진한 결과였다.

이번 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원중과 구승민을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스프링캠프 참가를 위해 대만 출국을 앞둔 둘은 “2017년을 끝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제 그 기억마저 희미할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며 “FA 계약 과정에서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가을야구 한번 하자’는 마음으로 도장을 찍었다. 이번 가을에는 롯데 팬들에게 꼭 145번째 경기(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선물하겠다”고 의기투합했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롯데 불펜진의 핵심이다. 2012년 데뷔한 김원중은 선발투수였다가 2020년 마무리로 전환했다. 김원중보다 3살 많지만 대학을 거쳐 입단이 1년 늦은 구승민은 2018년부터 불펜 필승조로 활약한다.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김원중과 4년 54억원, 구승민과는 2+2년 21억원에 계약했다. 둘은 도장도 같은 날 찍을 만큼 두터운 동료애를 과시했다. 김원중은 “롯데 유니폼을 벗고 싶지도, 부산이란 도시를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사직에서 듣는 우렁찬 함성은 내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구승민도 “지난해 부진이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롯데 팬과 제대로 가을야구를 즐기지 못하고 다른 구단에 간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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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두 선수는 의형제처럼 마운드 안팎에서 늘 의지한다. 불펜에선 붙어 앉아 경기를 보고, 클럽하우스에서도 서로의 속내를 공유한다. 서로 고향은 다르지만, 부산에서는 근처에 살면서 1년 내내 거의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구승민은 “원중이는 섬세한 친구다. 동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만큼 센스가 좋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원중이처럼 퍼포먼스가 화려한 선수가 많지 않다. 최근 머리를 잘랐는데 유니폼을 입을 때 장발 특유의 멋이 살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를 줄지 기대된다”며 웃었다. 이를 들은 김원중은 “안 그래도 요즘 최대 고민이 헤어스타일이다. 유지할지 예전으로 돌아갈지 고심 중”이라고 맞장구쳤다.

둘에게는 올 시즌 확실한 개인 목표가 있다. 와인드업 시간이 긴 김원중은 새로 도입되는 피치 클록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투구폼을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구위 난조로 부진했던 구승민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하는 중이다. 김원중은 “지난해 막판부터 발 구름 동작을 줄이며 던지는 연습을 한다. 실전에서도 몇 차례 해봤는데 문제가 없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장담했다. 구승민은 “(지난해 부진은) 예비 FA로서 부담감과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시스템) 적응 실패가 원인이다. 계약도 잘 마쳤고, ABS도 계속 연구 중인 만큼 올 시즌에는 과거의 구위를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였던 2017년, 김원중은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다. 그해 9월 군에서 제대한 구승민은 1군에 들지 못해 TV로 포스트시즌을 지켜봤다. 두 선수는 “롯데는 젊은 타자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불펜진도 계속 보강되고 있다. 남은 건 우리 둘이 제 몫을 하는 것”이라며 “철통처럼 뒷문을 지켜 롯데 팬들에게 꼭 가을야구를 선물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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