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 S25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좋은 인공지능(AI) 기능 많다는데, 어디로 들어가 어떻게 쓰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편해지려고 AI 쓰는 건데 AI 배우는 일이 추가되는 역설이다.

삼성전자가 이 역설을 깨겠다며 ‘안 배워도 되는 AI 폰’ 갤럭시 S25 시리즈를 내놓았다. 지금 내가 보는 화면에서 쓰기 좋은 AI 기능이 뭔지 AI가 추천해주고, 사람 말(음성)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여러 앱을 오가며 비서처럼 일한다. 삼성전자는 신작에 ‘가격 동결’이라는 승부수도 띄웠다.

22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갤럭시 언팩 2025’ 행사를 열고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를 공개했다. 무대에 오른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S25는 진정한 AI 동반자”라며 “역대 가장 쉽고 직관적인 AI 경험으로 사용자의 일상을 혁신하겠다”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주로 화면을 끄고 켤 때 쓰는 스마트폰 우측 측면 버튼은 ‘AI 전용 버튼’이 됐다. 어느 작업을 하던 중이건 이 버튼을 길게 꾹 누르면 AI가 호출돼 사용자의 질문·지시를 받거나, 지금 쓰기 알맞은 AI 기능을 추천해준다. 골프 스윙 동영상을 보는 중에 버튼을 누르면, AI로 짧은 동영상(GIF)을 만들거나 생상형 영상 편집을 할 수 있다고 AI가 제시하는 식이다. AI 기능을 쓰려면 어디서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사람이 일일이 배울 필요가 없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앱을 넘나드는 AI’다. AI 버튼을 누른 뒤 “내 캘린더에 손흥민 경기 일정 넣어 줘”라고 말했더니, AI가 구글에서 검색해 1월 26일 밤 11시 토트넘-레스터시티 경기 일시를 파악한 뒤 캘린더 앱에 일정을 입력했다. 마치 인간 비서처럼 AI가 검색, 시간 확인, 캘린더 입력의 3가지 작업을 끊김 없이 해낸 거다. ‘서울 종로구의 채식 식당을 찾아서 친구 OOO에게 문자 메시지 보내줘’ 같은 명령도 가능하다.

다만 아직 오류는 있었다. “캘린더에 맨시티와 첼시 경기 넣어줘”라고 지시했더니 맨체스터시티 FC의 다가오는 경기 일정 4개를 모두 보여줬고, 한 번 더 동일한 명령을 했더니 그중 첼시와의 경기 일정을 캘린더에 입력했다.

김경진 기자

지금은 AI가 검색·캘린더·메시지·지도 같은 삼성 갤럭시·구글의 기본 앱과 스포티파이·왓츠앱만 넘나들 수 있지만, 앞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다른 앱에도 개방할 계획이다. 행사 후 브리핑에서 강민석 삼성전자 상무는 “오랜 기간 구글과 협력해 준비한 AI OS 플랫폼”이라며 “조만간 다양한 서드파티(제3자) 앱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만약 쇼핑 앱에 적용된다면, ‘우유 900ml, 제일 싼 거로 내일 아침 배달 주문해줘’ 같은 명령도 AI가 한 번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나우 브리프’는 개인 맞춤형 AI 비서다. 아침에는 날씨, 그날의 일정, 지난밤 수면 점수 등을 보여주고, 저녁에는 그날 찍은 사진과 일정을 바탕으로 일기처럼 기록을 보여준다. 삼성은 이를 위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AI 맞춤형인 ‘원(One) UI 7’로 바꿔 화면 하단을 AI와 사용자의 소통 공간으로 꾸렸다.

자주 쓰는 통역·검색·동영상 관련 AI 기능도 추가됐다. ‘실시간 통역’ 지원 언어가 13개에서 20개로 늘었고, ‘서클 투 서치’ 검색에 음성도 추가됐다. 유튜브·숏츠를 보다가 AI 버튼을 누르고 ‘지금 노래 제목 뭐야?’ 질문하면 배경 음악 제목을 알려주는 식이다.

“제주도에서 선글라스 낀 사진 보여줘”라고 말이나 문자로 입력하면 AI가 폰에 저장된 해당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는 AI 사진 검색, 통화 내용 중 주요 사항을 글로 정리해주는 ‘통화 요약’ 기능도 추가됐다. 동영상 속에서 원치 않는 소음·음성 등만 골라서 없애 주는 ‘오디오 지우개’ 기능도 새로 생겼다.

갤럭시 S25.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AI 강화를 위해 몇 가지 큰 변화를 줬다. ‘AI 전용 버튼’을 눌러 음성·문자 입력으로 실행되는 기능들은 대부분 구글 AI 모델인 제미나이 기반으로 수행된다. 이는 원래 삼성의 AI 음성 비서 ‘빅스비’의 버튼이었는데, 제미나이에 내준 셈이다. 중국 화웨이가 자체 OS를 개발해 안드로이드 OS와 완전히 결별한 만큼, 삼성이 구글과 AI 협력을 강화해 안드로이드 AI 플랫폼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빅스비는 AI 가전과 연계하며, 빅스비·제미나이를 모두 고도화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전량 퀄컴 칩을 썼다. 전작(S24) 일부 모델에 썼던 삼성전자 엑시노스 AP는 이번에 채택되지 않았다. 올해 AI 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만큼, ‘내재화’보다 ‘소비자에게 현재 최고 경험 제공’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갤럭시 S25 시리즈 가격은 모두 전작과 동일하다. 오는 24일부터 국내 사전 판매를 진행하며, 2월 7일부터 전 세계에 순차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