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루비오 한자명 변경은 '제재 해제' 신호?…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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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인도·일본·호주 외교장관과 쿼드(QUAD)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기자 상견례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하자 중국 외교부가 루비오 장관의 한자이름 첫 글자 표기를 기존 ‘노(盧)’에서 ‘노(魯)’로 바꿨다. 전체 이름은 '노비오(魯比奥)'이다. 한자 문화권이 아닌 외국의 유명 인사 이름 표기법을 통일하는 조치였지만, 서방 외신을 중심으로 “제재 해제를 위한 사전 조치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2020년 루비오 당시 미 상원의원을 급진적인 반중(反中) 입장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표기 교체에 중국의 애국 네티즌들도 “이름 바꾸기가 제재 해제법 아니냐”며 ‘꼼수’ 가능성을 우려했다.

억측이 난무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홍콩의 친중 매체가 수습에 나섰다. 22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뉴욕타임스 특파원이 “루비오 장관의 중국식 이름표기를 바꾼 게 사실이라면 제재와 관련이 있는가”라며 논란의 진위를 캐물었다. 이에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식 이름 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문명”이라며 “중국의 제재는 중국의 정당한 이익에 해를 끼치는 언행을 대상으로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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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신화통신사가 사용하는 언어별 외국인명 표기 자료집. 사진 유튜브 캡처

중국 정치권 동향에 밝은 홍콩 성도일보도 23일 “(외국인) 이름 번역은 신화사를 따른다”라는 1950년대 저우언라이 총리의 지침을 내세워 설명했다. 신문은 “신화사 번역실의 규칙에 따르면 Ru는 ‘노(魯)’로 Lu는 ‘노(盧)’로 표기한다”며 “외교부가 신화사 규정에 맞춰 (영문명 'Rubio'에 맞게) 표기를 바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한국에서 외래어표기법을 규정하는 국립국어원 권한을 중국에선 신화사가 맡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루비오 장관의 미·중 외교장관 접촉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궈자쿤(郭嘉昆)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국가 이익을 확고히 수호하고 동시에 중·미 양국의 고위급 관리는 반드시 적당한 방식으로 접촉을 유지한다"고 답했다. 이를 놓고 성도일보는 “왕 부장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고, 국제회의를 기회로 만남을 배제하지 않지만,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입국 금지는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신문에 “‘우호’적인 현재 분위기에서 중국 정부가 루비오 장관을 중국으로 초대하기로 결정한다면 제재 해제는 ‘식은 죽 먹기’이며 공개 발표도 필요 없다”고 전망했다.

루비오 장관도 중국과의 대화 여지를 남겼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을 “거짓과 사기, 해킹과 절도로 글로벌 초강대국 지위를 차지했다”며 비난하면서도 중국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또 러시아·북한·이란을 ‘야만 국가’로 분류하면서도 중국은 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21일 부임 직후 미국·일본·인도·호주 쿼드 등으로 구성된 쿼드(QUAD)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으로 필리핀→이스라엘→베네수엘라→캐나다→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한국 순으로 전화 외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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