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려아연, 일단 경영권 방어…MBK “법정서 시시비비 가릴 것”
-
1회 연결
본문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이 통과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진한 안건이 모두 가결되면서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과반 장악은 실패했다. 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7명 전원이 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활용해 영풍(지분 25.42%)의 의결권을 무력화시킨 뒤 얻은 결과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주총이 위법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이상 이어온 경영권 분쟁의 결론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찬성 75.2%로 통과시켰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로, 다음 주총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 안건은 찬성 71.45%로 가결됐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지분율 경쟁에서 밀리는 최 회장 측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어 유리하다. 현 고려아연 이사회는 12명으로, 19명으로 상한을 두면 MBK 측이 새 이사들을 선임해도 과반을 확보할 수 없다.
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7명 전원이 가결됐고, 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은 부결됐다. 이밖에 발행주식 액면분할과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도 가결됐다. 영풍이 제안한 집행임원제 도입 안건은 부결됐다.
전날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의 지분 10.3%를 취득했다. 상법 369조 3항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에 따라 영풍은 이날 25.42%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40.97%를 확보하고 있으나, 지분이 15.55%로 축소된 셈이다.
MBK·영풍 측은 SMC가 ‘외국회사’이자 ‘유한회사’에 해당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영풍 측 대리인 이성훈 변호사는 “영풍은 50년간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아무 문제 없이 의결권을 행사해왔는데 갑자기 주총 전날 저녁 5시 반 이후에 이뤄진 공시를 이유로, 주주로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지위가 됐다. 강도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위법한 의결권 제한 바로잡을 것”
이날 임시주총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당초 오전 9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약 6시간 지연됐다. 고려아연이 중복 위임장을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린다고 밝히자 MBK·영풍 측은 “누구를 기다리느냐”며 반발했다. 고려아연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던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 불출석하고 의결권 행사도 하지 않았다.
주총장에서는 주주들의 고성이 오갔다. 영풍은 의결권 제한에 반발하며 주총 연기를 제안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사장)는 주총 연기를 위한 투표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은 제한된다고 맞섰고, 주총은 그대로 진행됐다. MBK·영풍 측은 이사 선임 투표를 마치고 주총장에서 중도 퇴장했다. 이들은 “오늘 표결에 참여했다고 해서 안건 상정이 적법하다고 인정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주총 말미에 “법원 판단 없이 일방적으로 의결권을 박탈하는 기형적인 의사 진행을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서 고려아연 앞날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참 부끄러운 날”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임시주총이 끝난 뒤 취재진과 주주들 앞에서 “한 번에 (고려아연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저희가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 역시 “위법한 의결권 제한을 (법적 대응을 통해) 사후에라도 바로잡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MBK·영풍은 24일 구체적인 법적 대응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