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본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고려 불상 ‘100일간 송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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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도난당한 뒤 국내 반입됐던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일본으로 반환되기에 앞서 부석사에서 25일부터 공개된다. [연합뉴스]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섬의 사찰인 간논지(観音寺)에서 도난당해 2012년 국내 반입됐던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이하 불상)이 일본 반환에 앞서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25일부터 100일간 공개된다. 그간 소유권을 주장하며 법정 공방을 벌였던 부석사 측이 “반환 전 불상을 모시고 100일간 법회를 열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간논지 측이 수락하면서다.

23일 부석사 측에 따르면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옛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센터 수장고에서 24일 오전 대전지검 관계자가 입회한 가운데 간논지 측에 불상이 인계된다. 이어 센터 1층에서 조계종이 주관하는 이운식이 열린다. 불상은 이날 오후 부석사 설법전으로 옮겨진다. 100일간 일반 공개되는 동안 불상이 안치될 특수강화유리 진열장도 22일 설치됐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지난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록 환수엔 실패했지만 고향을 떠난지 약 650년(추정) 만에 불상을 원래 발원지인 부석사에 다시 모시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높이 50.55㎝, 무게 38.6㎏의 불상은 2012년 10월 쓰시마 간논지에서 도난당했다. 한국인 절도단은 이를 포함해 쓰시마에서 훔친 2개 불상을 한국에서 유통하려다 검거됐다. 두 불상은 2013년 1월부터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됐다. 가이진신사(海神神社)에서 도난당한 동조여래입상은 2015년 7월 원 소장처로 돌아갔지만, 간논지 불상은 소유권 소송에 휘말리며 발이 묶였다. 불상 인도 청구 소송을 낸 부석사 측(원고)은 2017년 1심(대전지법)에선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2023년 2심(대전고법)에선 패했고 그해 3심에서 상고가 기각됐다.

앞서 1951년 발견된 복장물(腹藏物, 불상 안에 넣는 각종 물건)을 통해 이 불상이 1330년 고려국 32인에 의해 발원된 사실이 밝혀졌다. 부석사 측은 한국이 불상을 건네줬다는 기록이 없고 여러 정황상 서산에 왜구 침탈이 잦았던 1378년 무렵 약탈됐을 거라면서 소유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간논지가 2012년 불상을 도난당하기 전까지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온 점 등을 근거로 민법상 취득시효(20년) 완성을 인정했다. 이후 반환절차를 놓고 줄다리기하던 양측은 올해 초 간논지 측이 “확실한 반환”을 전제로 ‘100일 대여’에 합의하면서 24일 불상 인계에 이르게 됐다.

이날 열리는 이운식에는 원우 스님 외에 수덕사 주지 도신 스님 등 조계종 관계자들과 간논지 주지 스님 등 일본 측 관계자도 참석한다. 이들은 부석사로 가서 불상 안치 과정까지 지켜볼 예정이다. 불상은 이튿날부터 5월5일 부처님오신날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2013년부터 활동해온 서산부석사불상봉안위원회 이상근 대표는 “100일 법회 기간에 부석사 불상의 의미를 한·일이 공유하면서 불교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해 두루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상은 5월 중순쯤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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