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42세 최형우 “마지막 각오”…KIA는 든든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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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경기 타율 0.291 21홈런 80타점 51득점. 그리고 116경기 타율 0.280 22홈런 109타점 67득점.
지난해 프로야구 통합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의 두 중심타자가 거둔 성적이다. 잔부상으로 일부 빠진 경기가 있지만, 기록 자체로는 흠 잡을 곳을 찾기 어렵다. 이처럼 준수한 결과를 낸 두 선수에겐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다. 바로 나이다. 전자는 한창 전성기를 구가 중인 나성범(36)이다. 햄스트링 부상을 딛고 중심 타선을 지키며 KIA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이보다 많은 홈런과 타점, 득점을 쓸어 담은 후자는 그보다 한참 선배다. 1983년생으로 마흔을 넘긴 베테랑 중의 베테랑, 지명타자 최형우(42)다. 지난해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찬사를 들었지만, 최형우는 올해 은퇴의 배수진을 치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지난 22일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좋은 성적을 내면 현역을 연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은퇴 생각도 있다”고 언급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형우는 지난 시즌 프로야구 각종 ‘최고령’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다. 지난해 7월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 올스타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해 역대 최고령 미스터 올스타로 뽑혔다. 사흘 뒤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만루홈런을 터뜨려 국내선수 최고령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신기록 행진은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졌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최고령 안타와 홈런, 타점 기록을 모두 새로 썼다. 시즌 종료 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황금장갑을 받아 최고령 수상 기록까지 추가했다.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도 베테랑은 안주할 마음이 없다. 최형우는 “자리와 역할에 연연하지 않겠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훈련하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외야수로도 뛸 수 있다. 어떤 포지션이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형우가 배수의 진을 친 이유는 올 시즌을 끝으로 다년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지난해 1월 KIA와 1+1년간 총액 22억원(연봉총액 20억원·옵션 2억원)에 계약했다. 마흔을 넘긴 선수다 보니 계약 기간과 액수 모두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는 어디까지나 최형우가 꾸준히 30대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노장은 누구보다 올 시즌을 착실히 준비 중이다. 절친한 후배인 류지혁(31), 이우성(31)과 함께 최근 괌으로 건너가 개인 훈련을 했다. 컨디션을 일찌감치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함께 운동하는 동생들의 체류비를 모두 책임지는 등 이번 훈련에 남다른 의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KIA는 올 시즌 타선 보강을 위해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34·미국)을 영입했다. 우투우타 내야수로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펀치력을 갖춘 중장거리 거포다. 최형우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위즈덤이 꼭 제 몫을 해주길 바란다. 내가 다시 4번으로 올라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KIA를 위해서라도 나를 4번에서 밀어낼 선수가 나와야 한다. 나는 뒤에서 묵묵히 후배들을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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