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분기 성장률 0.1 %, 계엄쇼크 직격탄…올 상반기도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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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산한 모습을 보인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빈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지난해 한국 경제가 2% 턱걸이로 성장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 등으로 건설 경기 부진이 심화한 데다,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소비까지 위축된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1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나 하락한 0.1%에 그쳐 충격을 줬다. 올해 상반기까진 내수 부진이 이어질 거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년 대비·속보치)이 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하면 2.04%로 잠재성장률(2%)에 간신히 부합했다. 정보기술(IT) 수요 확대 등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면서 전년 성장률(1.4%)보다는 높아졌다. 다만 한은의 지난해 11월 전망치(2.2%)보다는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1.3%로 ‘깜짝 성장’했다가 2분기 -0.2%로 역성장했고,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0.1%씩 미미한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많았다. 같은 해 5월 한은은 2.5% 성장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수출과 내수 여건이 모두 안 좋아지면서 성장세가 시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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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지난해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4.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설투자 증가율도 2023년 1.5%에서 지난해 -2.7%로 고꾸라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성장률(0.1%)은 전망치의 5분의 1토막 수준이다. ‘성장 쇼크’란 평가까지 나온다. 12·3 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전망치와 실적치가 0.4%포인트 차이 나는 게 다 정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도 수출 둔화,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이 1.6~1.7%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성장률 전망치인 1.9%를 기준으로 한 올해 실질 GDP는 2335조4370억원이다. 성장률이 이보다 0.2%포인트 낮은 1.7%에 그칠 경우 GDP는 2330조8530억원으로 4조5840억원 감소한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5%에서 0.1% 감소한 영향(2조2222억원)까지 합산하면 계엄 이후 날아간 GDP 규모가 6조8062억원에 이른다. 한 대에 2800만원인 중형 세단 쏘나타를 24만3000대 더 팔아야 메울 수 있는 규모다.

문제는 꺼져 가는 경제를 살릴 동력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발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학 상경 계열 교수 10명 중 6명(57.6%)이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1%대로 추정했다.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의미의 ‘피크 코리아’에 동의한다는 응답도 66.7%에 달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찍이 한국이 지금 추세대로 가면 2025년부터 1%대, 2030년이면 0%대 저성장에 진입할 거라고 경고했다”며 “그런데도 노동개혁은 실패했고, 규제개혁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일단은 대통령 탄핵 절차를 빨리 마무리해 정치 불확실성을 줄이고, 내수는 효과적으로 재정을 풀어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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