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는 누가 키우나"…'월담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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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 불법적 폭동사태 관련 긴급현안질문 관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국회의장 임기는 2026년 5월 30일까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일 국립대전현충원 순국선열 묘역을 찾아 참배한 자리에서 취재진이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대선 출마 대신 국회의장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정치권은 해석했다. 우 의장과 가까운 인사도 “우 의장이 대선에 나갈 상황이냐”고 반문한 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우 의장이 출마할 가능성은 제로(0)”라고 했다.

우 의장 본인과 주변 인사들이 대선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도 우 의장이 대선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건 12·3 비상계엄 사태 영향이다. 우 의장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67세 나이에 출입이 막힌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은 국민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야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당장 개의해야 한다”고 외치는 가운데서도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 절차적 오류 없이 해야 한다”며 차분하게 진행하는 모습도 박수를 받았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2차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 때문에 국회를 24시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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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오후 11시경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장실

비상계엄 해제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 덕에 우 의장 인기는 높아졌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달 10~12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정치인 신뢰 여론조사에서 우 의장은 ‘신뢰한다’는 답변이 56%로 1위를 차지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26%였다. 야권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뢰한다’가 41%(‘신뢰하지 않는다’ 51%)에 불과했다. 우 의장은 활동 범위도 넓혔다. 그는 지난달 17일 경제4단체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틀 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예방하는 등 경제 안정을 위해 움직였다. 같은 날 외신 기자 간담회에 이어 지난 6일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접견, 지난 16일 조셉 윤 대사대리 접견 등 외교 행보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 18일엔 제주항공 참사 합동 추모식에 참여하는 길에 망월동 5.18 묘역에 참배하는 등 호남 일정을 소화했다.

우 의장의 광폭 행보에 그의 친정인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대표에게 쏠릴 관심이 우 의장에게 빠져나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달 한 민주당 의원은 “변수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180도 바뀔지 모르는 게 대선 판”이라며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데 우 의장이 100% 대선에 안 나온다, 확언하긴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케이스탯리서치가 지난 21~22일 조사한 범야권 후보 지지도에서 우 의장은 6%로 1위 이 대표(31%)와 격차가 크긴 했지만 3번째(김동연 경기지사 7%, 김부겸 전 총리 6%)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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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앞쪽)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18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에 참석해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그럼에도 우 의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우 의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한다. 우 의장 측 인사는 “우 의장은 본인을 야권 후보로 분류해 여론조사 하는 것도 싫어한다.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는데 왜 야권이냐는 것이다. 우 의장 본인은 ‘대선 출마’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최근 국회의장실 직원들에게 현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 중심을 지켜야 할 곳은 국회와 헌법재판소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조기 대선 얘기가 나오지만 흔들리지 말고 국회는 국회의 제 할 일을 해야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 인사는 “우 의장 얘기는 ‘내가 대선에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냐’는 것”이라고 했다.

우 의장이 지금 가장 정성을 들여 ‘키우고 있는 소’는 개헌이다. 우 의장은 지난 2일 국회 시무식에서 올해 3대 목표 중 하나로 개헌을 꼽았다. 지난달 19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나는 원래 개헌론자”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회 개헌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다음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띄우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여야 지도부와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 의장은 22대 국회 전반기(지난해 5월~내년 5월)를 개헌의 적기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부재 상태에서 개헌의 성사 여부는 상당 부분 우 의장의 견인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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