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치켜세운 '유럽 여왕'…'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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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유일하게 참석한 유럽 정상이 있었다. 강경 우파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다. 유럽연합(EU)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초청받지 못하고, 해외 정상들을 초청하지 않는 게 미 대통령 취임식 관례인 상황에서 멜로니가 초청받은 건 이례적이었다.
때문에 이런 멜로니를 두고 '트럼프 시대'에 유럽의 실질적 리더로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유럽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영자지 재팬타임스는 "멜로니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재임 시절 그랬던 것처럼 '유럽의 여왕'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배경엔 우선 멜로니와 트럼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친분이 있다. 지난 4일 멜로니는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전격 방문해 트럼프를 만났다. 트럼프는 멜로니를 "환상적인 여성", "유럽을 휩쓸고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양국의 경제 협력, 안보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7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을 기념한 엘리제궁 만찬에서도 멜로니를 만났는데, "멜로니와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반이민 정책을 펴는 강경 우파 멜로니는 현재 유럽 정상들 가운데 트럼프와 결이 가장 잘 맞다는 평가를 받는다.
멜로니가 트럼프와 급격히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로는 트럼프 정부의 실세 머스크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멜로니와 머스크는 2023년 6월 이탈리아 총리 관저에서 한 시간 넘는 회동을 계기로 가까워졌다. 지난해 9월 멜로니가 미국에서 한 싱크탱크가 주는 '세계시민상'을 받았을 땐 멜로니의 요청으로 머스크가 직접 시상하기도 했다. 당시 머스크는 멜로니를 "내면이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멜로니는 머스크에 대해 "귀중한 천재"라고 화답했다.
멜로니는 트럼프의 재선 성공 이후에도 머스크와 변함없는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확실히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는 뛰어난 사람이고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흥미롭다"고 했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다른 유럽 주요국의 리더십 위기도 멜로니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독일은 올라프 숄츠 총리에 대한 연방의회의 불신임으로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실질적인 제1야당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으로부터 예산 문제 등으로 하야를 요구받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영국 정가에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숄츠 총리와 스타머 총리 등은 머스크와 설전을 벌이며 사이가 좋지 않다.
반면 멜로니의 리더십은 경제 성과를 기반으로 자국과 유럽 안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취임하기 전인 2022년 8%대를 오가던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최근 5%대로 낮아졌다. 유럽 정가에선 "멜로니의 리더십 아래 이탈리아 정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럽에는 트럼프의 또 다른 절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있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는 친러시아적 입장을 독자적으로 내와 '유럽의 이단아'로 불리며 멜로니와 달리 유럽을 대표하긴 어렵단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가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15억 유로(약 2조2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도 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계약은 이탈리아 정부가 사용하는 전화와 인터넷 통신을 최고 수준으로 암호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일부 유럽 국가들과 이탈리아 야권에선 "이탈리아의 안보를 머스크에게 넘긴다"는 등의 이유로 이 계약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 총리실은 "스페이스X와 계약 논의를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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