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간 끄는 게 유리"…고려아연, 고비 때마다 '묘수 …
-
2회 연결
본문
지난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최윤범 회장 측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지만,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MBK파트너스·영풍이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반발, 관련자들 형사고발에 나서면서 법적 다툼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임시주총을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MBK 측의 기습적인 공개매수 이후 최 회장 측은 고비 때마다 새로운 카드를 내놓으며 ‘묘수 또는 꼼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첫 카드는 지난해 10월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였다. 최 회장 개인의 자금 여력으론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기 어려우니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도록 했으나, MBK 측이 지분을 사들이는 걸 막지 못했다. 그다음 카드는 유상증자로,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우호 지분을 늘리고 MBK·영풍 지분은 희석하려는 의도였으나 불공정거래 논란 끝에 철회했다.
그 사이 MBK 측은 고려아연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지난달 발행주식 총수의 40.97%를 확보,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는 46.7%까지 올랐다. ‘표 대결’에 불리해진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법원이 MBK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임시주총에서 이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은 제동이 걸렸다. 결국 고려아연은 주총 전날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순환 출자 구조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 일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MBK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고려아연의 최 회장과 박기덕 대표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배임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회사를 통해 순환출자 금지 규제를 우회한 것은 탈법 행위라는 주장이다. 또 영풍 의결권을 배제한 채 이뤄진 임시주총 결의는 모두 무효라며 가처분을 신청할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 측도 법적 대응을 예상했겠지만, 우선 MBK 측의 이사회 장악을 막는 게 시급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오히려 시간을 끄는 게 최 회장 측에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권 분쟁에서 장기전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건 사모펀드 쪽”이라며 “최 회장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 생각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BK 측의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으면 법적 다툼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상호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한 것은 판례가 없어 법원의 판단이 오래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건은 판례가 없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학계에서 상호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은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외국 기업을 활용한 점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소송전이 2~3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펀드 투자자(LP)들의 요구수익률을 맞춰야 하고, 투입한 자본 대비 수익성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MBK 측은 공개매수 차입금으로 인한 이자 비용도 만만치 않아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쟁 장기화 우려에 대해 MBK 측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펀드는 만기가 10년이며 1년씩 두 번 연장할 수 있어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라며 “몇 년이 더 걸리더라도 천천히 회사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 측에 타협을 위한 대화를 제안한 상태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