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 "25만원 포기"…꼼수? 진심? 반도체법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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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책’이 모처럼 이슈의 중심에 다가가고 있다. 그 정책의 테마가 대표의 계곡 철거 같은 공격이나 기본소득 같은 인기 추구가 아닌 성장주의와 중도·실용이라는 게 과거와 다른 점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설 연휴 직후부터 ‘이재명표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는 가칭 ‘이재명이 만드는 세상’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3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나 여당이 민생회복지원금 때문에 추경(추가경정예산)을 못 하겠다면 우리가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전 국민에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했던 기본소득에서 시작된 대표적인 ‘이재명표 정책’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이었던 것을 22대 국회 당의 1호 당론 법안(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으로 발의했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직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같은 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이재명 세력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자칭 실용주의를 외치고 있지만, 말만 바꾸는 건 실용이 아니라 실언”이라며 “카멜레온 정치를 그만하라”고 쏘아붙였다. 김동원 국민의힘 대변인은 “기본사회 지우기로 방향을 바꾸어도 범법자 이재명의 그간 행적은 결코 지울 수가 없다”며 “대선에서 중도 표심을 얻을 얇은 계산이라면 큰 오산임이 증명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노선 전환이 여당의 집중 견제를 받는 거 자체가 일단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중도·실용을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끌어올린 것 자체가 이 대표 입장에선 일단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한동안 이 대표의 노선 전환 노력은 원내지도부와 일부 친명 의원들의 강경 일변도와 막말에 빛이 바랬지만 최근에는 당내 보조도 맞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의 전환에 대해 “과거 재정 여력이 충분할 때와 달리, 윤석열 정부에선 성장 잠재력이 심각하게 쪼그라들었다”며 “반도체, 2차 전지 등을 비롯해 내수에 집중하는 중소기업까지 산업 전반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내란 특검법안에 대해 다시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민주당은 최 대행에 대한 탄핵을 입에 올리지 않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이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게 공식 입장이었다.
이 대표의 전환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다가올수록 사법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을 회피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이날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이 대표가 재판 지연을 위해 온갖 꼼수를 부린다”는 등의 지적을 했지만, 이 대표는 “연금 개혁을 2월 안에 매듭짓자”는 등의 정책 제안만 거듭했다. 당 지도부 의원은 “(여당 비판에) 말을 보태면 부정적 이슈를 키우려는 술수에 말려들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전환이 구체화되느냐와 지속되느냐다. 이준호 대표는 “야권 지지층이 반발하는 반도체법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에서 전향적인 태도로 여당과 협상에 나서야 중도층에게도 노선 전환이 의미있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도 “그동안 반대해 온 반도체 특별법 처리 문제에서 어떤 입장 변화를 보이느냐가 이 대표 성장 정책의 진정성을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되어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3일 산업계와 노동계를 모두 초청해 벌이는 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 예외 조항 관련 토론회의 좌장을 맡는다.
민주당의 한 비명계 인사는 “이 대표는 상황적 유불리가 변할 때마다 정책적 입장이 쉽게 뒤바뀌곤 했다”며 “과거와 다른 선택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중도층에게 최근의 변화가 표변이 아니라 진지한 성찰의 결과라는 점을 어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당에 다양한 세력이 모여 있을 때 큰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며 “당에 여러 가지 색깔과 견해가 있는 점을 수용할 필요가 있고, (친명계 의원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부한 ‘통합과 포용’을 반영하는 동시에, 당 일각의 “당 대표에게 칼을 꽂는 말은 상대에게 먹잇감을 주는 행위(강득구 의원)”와 같은 날선 반응에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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