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흑묘백묘 아니다, 검고 흰 고양이"…'셰셰&…

본문

“흑묘백묘론(黑貓白貓論)을 말씀하셨는데,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 표현을 사용한 의도가 있으신가요.”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이 나오자, 참모들의 얼굴엔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이 대표의 모두 발언 중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는가. 탈이념·탈진영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는 대목을 겨냥한 질문이었다.

17383547236455.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흑묘백묘…”라고 살짝 운을 떼고는 “제가 말씀드린 건 흑묘백묘는 아니고,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용적인 입장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말했을 뿐인데 곧바로 중국에서 쓰던 말 아니냐는 질문이 들어왔다”며 “조기 대선이 가시화할 경우 지속해서 제기될 친중(親中) 프레임 공세의 예고편 같았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앞으로는 친북(親北) 색깔론이 아니라 친중 공세 방어가 중요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민주당 계열 대선 후보들이 쏟아지는 친북 공세에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노무현) 같은 식으로 반박해야 했다면, 이제는 친중 색깔론 공세를 방어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보수 진영에서는 중국과 엮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대나 야당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 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서고, 한 번도 농사짓지 않은 트랙터가 대한민국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것이 바로 탄핵의 본질”이라는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의 집회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 역시 지난달 16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선관위 전산 시스템 비밀번호 ‘12345’는 중국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를 연결하는 표준 번호와 같다”고 주장했다. 또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매체 스카이데일리의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인 주일 미군기지 압송’ 보도는 “전적으로 거짓(entirely false)”이라는 주한미군의 공식 반박에도 보수 유튜브를 통해 연일 퍼져나가고 있다.

17383547237924.jpg

스카이데일리 보도에 대한 주한미군의 입장문. X 캡처

친중 논란은 여야 설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민생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으면서, 과거 중국 공산당이 내놓았던 흑묘백묘론까지 끄집어냈다”며 재차 비판하자, 이원혁 민주당 부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쥐 잡는 고양이도 국적을 따지나. 유치한 말장난을 당장 멈추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가) 가장 크게 망가뜨린 건 외교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이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질 않는다.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중국에도) ‘셰셰’(고맙다)하고,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되지”라는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던 이 대표 역시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7일엔 “이번 민주주의 위기를 겪으며 한·미 동맹은 더욱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고, 닷새 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 대리를 만나선 “한·미 동맹을 더욱더 강화·발전시키고 또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그 책임을 더 확고하게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30일엔 미국 워싱턴 D.C 인근 여객기·군용헬기 충돌 사고에 곧바로 애도를 표하며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것이 동맹”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도층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물론, 향후 국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0,96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