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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 생태계 관리

(건)4~5면/장내 미생물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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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공진화해 온 미생물 군락
식이 변화, 항생제로 오남용으로
미생물 먹이 줄고 밸런스 무너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구자들이 건강의 핵심으로 주목한 건 '장'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은 장에서 시작하며, 음식으로 못 고칠 병은 없다”고 했다. 조선 중기 의학자 허준은 “장이 깨끗하면 정신도 맑아진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생태계)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에는 인간의 건강을 간절히 바라며 공진화해 온 미생물 군락(바이러스·세균·곰팡이)이 산다. 공진화는 밀접한 관계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 생존에 기여하는 반려 미생물들은 이로운 면역 물질을 만들어내고 기분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들 미생물의 먹이는 줄고, 다양성이 무너졌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이란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마지막 항생제로 여겨지는 카바페넴 계열 약에도 내성을 가진 장내세균(CRE) 감염증 사례는 2023년 3만8406건으로 보고됐다. 5년 새 5.3배(2017년 5717건)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이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0만 명으로, 암(820만 명)으로 인한 사망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면역력 과하면 만성 염증 유발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면역을 조절하는 하나의 장기처럼 기능한다. 다양한 미생물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할 땐 유익균·유해균 구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균형이 깨져 어느 한쪽이 득세하면 탈이 난다. 면역력이 과해지는 것도 질병이다. 정상 조직까지 공격해 만성 염증 반응이 생기기 때문이다. 염증성 장 질환이 대표적이다. 젊은 연령대에도 발병률이 높은 만성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이홍섭 교수는 “고기를 많이 먹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덜 먹는 방향으로 식이가 바뀌고 비만이면 장내 미생물이 변화해 장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인공감미료와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 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한 감염 질환 감소가 염증성 장 질환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많다"고 설명한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장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가 대표적이다. '장-뇌 연결축'이라고 하는데, 장과 뇌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장내 미생물은 뇌로 가는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원료 물질의 90%를 만든다. 장에 염증이 생기면 뇌에도 염증을 일으켜 불안·우울·스트레스를 야기한다. 장을 제2의 뇌라고 부르는 이유다.

멀리 있는 뇌·폐와도 상호작용

장 건강이 폐 면역에 영향을 미쳐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울산의대 미생물학 권미나 교수팀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쥐에서 항바이러스 물질(1형 인터페론) 생성이 증가해 폐 면역 체계가 활성화됨을 확인했다. 반면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지 않은 쥐는 항바이러스 물질 생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했다.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2023)에 실린 연구다.

어느 미생물이든 인체에 절대적으로 유익하거나 유해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평소엔 얌전히 공존하다가도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강한 독성을 드러내는가 하면,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났을 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장에 있는 정상 균이 방광으로 옮겨가면 염증을 유발하는 식이다.

식단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도 개인의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대한면역학회 방예지(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학술위원은 "지중해식 식단을 잘 준수한 사람의 심혈관대사 질환 위험 감소 연구에선 '프리보텔라 코프리균'이라는 미생물의 기능 특성이 혼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인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맞는 균주를 선별·선택하는 게 앞으로 치료제 개발의 중요 과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Tip 착한 반려 미생물 기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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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로 초기 생태계 형성
'유익균 샤워'는 신생아의 면역력을 결정하는 과정의 하나다.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산도를 지나며 엄마로부터 상당한 양의 장내 미생물을 물려받는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여도 모유 수유를 하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충분히 형성한다. 엄마의 모유엔 다량의 면역 성분이 들었다. WHO는 생후 24개월 이상의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 생후 3년 정도면 아이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성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달한다.

소화·발효하는 양파·버섯 먹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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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어야 에너지를 얻어 활동하듯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풍부한 먹이를 먹고 만들어내는 다양한 대사산물(짧은 사슬 지방산 등)이 면역 물질 생성과 염증 조절, 혈당 개선,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이는 장내 미생물을 균형 있게 기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식이를 통해 위·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하는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권위자인 천종식 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식이와 관련해 등장한 신조어가 맥(Mac·Microbiota Accessible Carbohydrate)인데, 이는 사람이 소화 못 하는 탄수화물(식이섬유)에 더해 미생물의 소화 여부를 추가로 고려한 복합탄수화물을 뜻한다"고 했다. 미생물이 소화·발효시키는 대표적인 맥 식품으로는 양파·마늘·버섯류·해조류와 껍질째 먹는 과일 등이다. 미생물은 먹이가 부족해지면 장 점액층을 갉아 에너지원으로 쓴다. 장 점막이 얇아지고 독소·세균 등 유해 물질이 침투하기 쉬워진다.

가스 차면 오렌지·감자·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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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마다 특정 식품에 민감한 정도는 다르다. 자신의 반응을 파악하고 서서히 양이나 종류를 늘리는 게 좋다. 미생물이 소화·발효하는 맥은 장 건강에 유익한 짧은 사슬(단쇄) 지방산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 과정에서 가스가 잘 발생한다. 묽은 변과 복부 팽만감 같은 증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맥이 많이 포함된 고포드맵(FODMAP) 식품이 특히 가스를 많이 생성해 낸다. 생마늘·생양파·양배추·사과·배·수박·콩류·유제품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장이 민감하거나 묽은 변 등의 증상으로 불편하면 오렌지·고구마·감자·토마토·유당 제거 우유 등의 저포드맵 식단을 시도해 보는 게 좋다.

노인은 국물·음료로 먹기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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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평생에 걸쳐 관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미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유익균은 줄어든다. 특히 노년기엔 소화 기능이 약해지고 입맛도 떨어진다. 침 분비가 줄고, 치아가 없으면 음식을 씹는 데도 불편함을 겪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럴 땐 음식 재료를 갈거나 삶아 부드럽게 조리하면 된다. 브로콜리·호박·당근과 같은 채소는 푹 익히고, 현미·보리·퀴노아 등의 곡물은 충분히 불려 죽처럼 만들면 먹기에 편하다. 채소나 과일류는 블렌더에 갈아 주스로 마시는 것도 좋다. 국물이나 음료로 먹으면 수분 섭취도 함께 하므로 소화를 돕고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유익균이 많이 들어 있는 요구르트·김치·된장과 같은 발효 식품을 함께 챙기는 것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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