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加·멕시코·中에 관세 부과"…트럼프, 통상전쟁 버튼 눌렀다

본문

17384628131815.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1일(현지시간) “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내 의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러스소셜을 통해 “오늘 나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캐나다 에너지에는 10%)를 부과했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는 이유에 대해 “불법 이민자와 치명적인 마약, 특히 펜타닐이 우리의 시민들을 죽이는 심각한 위협 때문에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통해 시행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뿐 아니라 캐나다 쪽 북부 국경을 통해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대거 유입되고 있으며, 펜타닐 원료를 중국에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인을 보호해야 하며,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내 의무”라고 했다.

트럼프는 “나는 선거 공약으로 불법 이민자와 마약이 국경을 넘는 홍수를 막겠다고 약속했으며, 미국인들은 압도적으로 이를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IEEPA에 따라 캐나다·멕시코·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북부 국경에서의 불법 마약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따르면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는 4일부터 적용된다. 원유 등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미국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경우 관세율을 더 높여 재보복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번 조치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심화는 물론 글로벌 통상전쟁 격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멕시코·캐나다, 맞대응 시사   

상대국들은 보복의사를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북쪽 이웃 국가(미국)와 대립이 아니라 협력과 대화를 추구한다”면서도 “경제부 장관에게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B를 실행하도록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멕시코 정부는 “맞고만 있지 않겠다”며 일찌감치 ‘맞불 관세’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멕시코 상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에게 수십억 달러어치 손해를 미치고 수백만 가구에 영향을 줄 것”이라던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장관은 이날 트럼프의 행정명령 서명에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17384628133321.jpg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당사국인 캐나다에서도 즉각 맞불 움직임이 터져 나왔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전날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서명공개 이후 “(우리는) 준비돼 있다”며 “멕시코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소셜미디어 X에 “이제 캐나다는 강하게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어 미국 방송 출연을 예고하며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미국을 해치고, 미국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 뿐이란 사실을 미국인들에게 직접 알리겠다”라고도 했다.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주 주지사는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이 결정은 캐나다인과 미국인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고, 양국 간의 중요한 관계와 동맹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는 주요 고객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정치 및 무역 관계를 전 세계로 확장해야 한다”며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잠재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캐나다 노바스코샤주는 ▶미국 기업의 주정부 조달 제한 ▶3일부터 미국 상업용 차량에 대한 통행료 인상 ▶4일부터 미국산 주류 판매 금지 등의 대응책을 발표했다. 미국산 주류와 관련해선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주총리도 이날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주들로부터의 주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상점에 진열된 이 술들을 치울 것을 지시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관세는 모든 캐나다와 미국인들의 삶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모든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쪽(미국을 지칭)과 무역할 수 없다면 우리의 교역 파트너를 다양화하고 내부의 불필요한 장벽을 없애 상품과 서비스가 북쪽으로, 동서로 퍼지게 하자”며 “강력하고 단합되고 경쟁력 있는 캐나다 경제는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번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언론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관세 부과가 미국 내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 가중, 명분없는 경제공격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블룸버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북미 지역의 긴밀히 통합된 석유 시장을 교란시키고 미국 운전자들의 휘발유 가격을 상승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NBC 뉴스도 “새 관세 부과로 자동차, 전자제품, 목재 등의 가격이 오를 수 있어 경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중국은 차치하고라도, 이웃 국가들을 향한 트럼프의 이 같은 경제적 공격에 대한 정당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평가했다.뉴욕타임스(NYT)는 “현대에 들어 관세는 거의 항상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취한 관세 조치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협상을 추구하는 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10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