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똥군'도 물질 멈췄다…제주어선 실종자 찾아낸 45년 베테랑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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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바다 가장 잘 아는 이=‘해녀’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2척 좌초 사고의 실종자를 해녀가 찾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가 난 바다를 가장 잘 아는 이가 지역 해녀인 만큼 해경과 해녀가 손을 맞잡았다.
3일 제주해경과 구좌읍 하도리해녀회에 따르면 전날(2일) 오후 4시 53분께 제주시 구좌읍 토끼섬 인근 해상에서 하도리 해녀들이 실종자 시신 1구를 발견해 해경에 알렸다.
“하루에 소라 100㎏ 잡는 바다...잘 알 수밖에”
해경이 기상 문제로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자 이 지역 해녀들이 도움을 주기로 하고 해경과 수중 수색에 나선 상황이었다. 실종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45년간 이 지역에서 물질을 한 해녀 이추봉(64)씨였다. 이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바다에 들어가면 하루 소라 100㎏을 잡을 정도로 이 바다의 조류와 해저 지형을 잘 알고 있다”며 “수심 4~5m 부근서 두 맨발이 먼저 보였고,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두 팔을 벌린 모습을 보고, 인근의 해경 대원한테 이를 전했다”고 했다. 다만 이 씨는 “그런 광경을 처음 봐서 너무 무서웠고, 다시 물질을 하지 못할 것 같아 병원에서 진정제까지 맞았다”며 “다른 해녀들도 다들 놀랐고, 마을 전체가 물질을 멈춘 상황”이라고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경이 신원을 확인한 결과 발견된 시신은 이번 사고로 실종된 30대 인도네시아 선원이었다.
상군은 바다로, 고령·초보 해녀는 육상 수색
이날 수색에 참여한 인원은 하도리 해녀 9명과 해경 12명이다. 총 21명이 해녀 3명과 해경 4명씩 7명으로 3개 팀을 편성해 사고 주변 해역 3개 구역에서 동시 수중 수색을 펼쳤다. 수중 수색에는 경력이 많은 해녀들이 나섰다. 고령의 해녀와 경력이 짧은 해녀는 육상에서 수색작업을 도왔다. 해녀들은 물에 들어간 지 30분여 만에 실종자를 발견했다. 이추봉 해녀를 비롯한 하도리 해녀들은 대부분 ‘상군’급 실력을 갖춘 이들이다. ‘상군’은 10m 이상의 깊은 바다를 주 무대로 하는 물질 실력이 뛰어난 해녀를 말한다. 상군 해녀는 한 번에 3시간에서 7시간까지 물질을 하며, 많게는 300~400차례에 걸쳐 잠수를 한다. 중군은 5~10m 깊이에서 물질하며 상군보다 실력이 조금 모자라다. 하군은 3m쯤까지만 잠수를 하는 등 실력이 모자라 ‘똥군’으로도 불린다.
3명 사망...인도네시아 선원 1명 여전히 수색 중
어선사고 실종자 수색을 위해 해녀들이 수색팀과 조를 편성해 직접 물에 들어가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제주 앞바다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보통 해녀들은 해안으로 밀려든 쓰레기나 어선 폐기물을 수습하며 사고 후처리에 일손을 보태왔다.
앞서 1일 오전 9시24분 제주시 구좌읍 해상에서 애월 선적 근해채낚기 어선 삼광호(32t·승선원 7명)와 33만선호(29t·승선원 8명)가 갯바위에 좌초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두 배의 승선원 15명 가운데 3일 현재 3명이 숨지고 인도네시아 선원 1명이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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