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남매 아빠’ 불러온 현수막…폐교 위기 섬마을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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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진씨와 부인, 7남매의 화목한 가족. 이들은 4월쯤 원산도 새집으로 이사한다. [사진 보령시]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에 지난달 경사가 생겼다. 강원도에 살던 고태진(42)씨와 자녀 3명이 전입 신고를 마치고 섬마을 주민이 되면서다. 그의 아내와 자녀 4명은 이미 지난해 12월 말 전입했다. 가족 9명이 모두 한 지붕 아래로 모였다.

현역 군인(부사관)으로 강원도 한 부대에서 복무하던 고씨는 지난해 여름 보령 대천해수욕장 군인휴양소로 가족 휴가를 왔다가 우연히 도로변에 붙어 있던 현수막을 봤다. 원산도 광명초등학교로 입학 또는 전학하면 장학금 30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씨는 통합총동문회 신세철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절차를 논의했다. 다음달 군 생활을 정리할 예정인 고씨는 원산도에서 가족과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장학금은 광명초등학교를 비롯해 원산도 소재 4개 초·중학교 졸업생이 연합해서 구성한 통합총동문회에서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초등학교를 지키자는 취지였다. 원산도는 2019년 원산안면대교 개통 전까지 보령에서 가장 큰 섬이었으나 보령해저터널이 2021년 개통하면서 육지와 연결되고, 주민들이 육지로 떠나기 시작했다. 2021년엔 1113명이었던 인구가 지난해 말엔 1017명으로 96명이 줄었다. 원산도의 유일한 학교인 광명초등학교 역시 폐교 위기에 놓였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상황에서 전교생이 다시 12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광명초등학교는 고태진씨 가족의 이사 덕에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고씨의 자녀는 모두 7명으로 큰 아이는 18살, 막내가 두살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섯 째와 2학년과 4학년이 되는 다섯째, 넷째가 동시에 광명초등학교 학생이 되면서 전교생은 15명으로 늘었다. 신세철 회장과 주민은 고씨가 임시로 머물 집을 구해줬고, 보령시 주거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고씨 가족은 이르면 4월쯤 새집으로 이사한다. 통합총동문회는 고씨 가족에게 이사 지원금 300만원과 전·입학생 축하금 1200만원 등 1500만원을 전달했다.

고씨는 “원산도에서 무엇을 할지는 아직 결정 못 했지만, 주민 여러분의 배려 덕에 뭐든 잘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세철 회장은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37년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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