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화값 1467원대로 떨어져…트럼프 “다음 관세 타깃은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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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 전쟁’이 세계경제를 불확실성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중국·캐나다·멕시코에 이어 다음 타깃으로 유럽연합(EU)을 지목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다음 관세 부과 대상국은 어디인가’란 기자의 질문에 “확실히 EU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EU와 (2020년 EU에서 탈퇴한) 영국 등 다른 나라에도 관세를 무조건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달러 가치 2003년 이후 최저
트럼프 대통령발(發)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에 코스피는 2400대로 주저앉았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2.52% 내린 2453.95에, 코스닥은 3.36% 내린 703.8에 거래를 마쳤다. 올 1월 한 달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설 연휴 기간 해외 증시를 뒤흔든 ‘딥시크(DeepSeek, 중국판 생성 AI) 쇼크’로 인해 지난달 31일 국내 증시가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이날 ‘2차 충격’을 받았다. 한국도 향후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코스피는 지난달 16일 이후 약 보름 만에 2500선을 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사실상 세계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당해 왔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인데 이런 상황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EU와의 무역에서 3500억 달러(약 514조원)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트럼프의 시각이다. 이에 EU 회원국이 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고, 중국·캐나다 등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충격을 키웠다. 1947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 온 자유무역 기조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2% 이상 떨어져 관세 전쟁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겨냥한 유럽의 주식시장도 화염에 휩싸였다. 이날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달 31일 종가 대비 2% 이상 급락하며 출발했다. 독일 DAX, 프랑스 CAC40, 영국 FTSE100 등 유럽 각국의 주요 증시 역시 2% 안팎 추락하며 장을 시작했다. 이후 낙폭을 줄이긴 했지만 하락세를 이어갔다.
외환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날 미 달러 대비 원화값은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4.5원 내린 1467.2원에 장을 끝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146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15일 이후 약 2주 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직격탄을 맞은 캐나다달러는 2003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멕시코 페소도 3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한’ 다음 관세 부과 대상으로 EU를 지목하자 유로화도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대표적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가격이 오르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산으로 꼽혔던 암호화폐도 급락했다. 암호화폐 정보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2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과 비교해 4% 급락한 9만5246.81달러를 기록하며 10만 달러 선이 붕괴했다. 이더리움(-15.7%)·리플(-16.5%)·도지코인(-16.2%)은 두 자릿수가 넘은 하락세를 보였다.
에너지 가격도 관세전쟁 소식에 상승 폭을 키웠다. 서부텍사스유(WTI) 3월물 선물 가격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65% 급등하면서 75.18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1% 넘게 올랐고,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8% 넘게 급등했다.
“추경 편성, 국내 경기 하강 막아야”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지적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관세 부과 대상으로 한국의 대표적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을 꼽았다. 실제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충격의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이 금리 인상 등 금융시장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 관세 전쟁이 단순히 수출 증가세를 꺾는 것을 넘어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현상’ 같은 거시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큰 걱정거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관세 부과를 시작한 상황에서 단기적 충격은 피할 수 없다”며 “환율과 물가 불안으로 통화 정책을 사실상 쓸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에 일단 추가경정예산 같은 재정 정책으로나마 경기 하강을 방어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일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 “경제적 피해와 마약 유입 억제라는 조건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관세 부과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트럼프는 2일 기자들에게 “(관세 행정명령 발효 전날인) 내일(3일) 오전에 트뤼도 총리와 대화할 것이고, 멕시코 쪽과도 대화할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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