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재용 ‘8년 사법리스크’ 일단락…신사업·신기술 동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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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사법 리스크(위험)’ 부담을 덜어낸 만큼, 총수로서 경영 능력을 보여줄 시간이 왔다.”

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용(57)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재계의 기대다. ‘잃어버린 8년’ 동안 쌓인 과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2월 1심 선고 결과와 같았다. 남은 3심(대법원) 판결이 2심 판단의 위법성만 따지는 ‘법률심’인 만큼 재계에선 사법 리스크가 거의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의 50대는 법원의 시계와 함께 흘렀다. 검찰이 관련 건으로 이 회장을 기소한 건 2020년 9월이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 이후 2017년 2월 구속 기소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 회장은 8년에 걸쳐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였다. 삼성전자 인사팀장(전무)을 지낸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오랜 리더십 공백 기간 이 회장의 정중동 행보에서 벗어날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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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3월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등기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한다면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복귀한다면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등기이사에 오른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이재용 리더십’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기민함이 되살아날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전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은 인공지능(AI) 전쟁터로 바뀌었다. 하지만 삼성에선 눈에 띄는 인수합병(M&A) 사례가 거의 없었다. 2017년 이 회장이 직접 추진한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 인수(80억 달러, 당시 약 9조3000억원)가 마지막이다. 투자 시계가 멈춘 동안 경쟁사는 M&A로 급성장했다. 인텔은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업 모빌아이를 사들였고(2017년), 엔비디아는 AI 딥러닝 기업 스위프트스택을 인수했다(2019년). 퀄컴은 애플 출신이 만든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누비아를 인수했다(2021년).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AI 전쟁이 수십조~수백조원 단위 ‘쩐의 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인 만큼 단숨에 뒤처진 기술력을 따라잡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우량기업 M&A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도 시급하다. 삼성에 신사업 발굴은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퀀텀 점프를 하는 계기였다. 『삼성 웨이』의 저자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창업주 이병철, 반도체·스마트폰 성공 신화를 일군 이건희 회장과 달리 ‘이재용의 ○○’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기존 시장에서 1등을 추구할 게 아니라 TSMC·엔비디아처럼 새로운 시장에서 1위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금은 ‘트럼프 리스크’라는 새로운 과제가 추가됐다. 개인기가 필요한 과제다. 메타·아마존·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 거물뿐 아니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같은 해외 최고경영자(CEO)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계를 쌓기 위해 구애 중이다. 현대자동차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와중에도 삼성은 잠잠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특히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이 트럼프노믹스의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며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만큼) 이재용 회장과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트럼프 리스크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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