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자격증 못 딴 女유도 감독, 관중석서 국제대회 관람 망신...핵심 인력 트레이너는 국내 잔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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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최중량급 초대형 유망주 이현지(남녕고)가 지난 3일 프랑스 프리 유도그랜드슬램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리그랜드슬램은 2025년 새해 첫 메이저 대회이면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회다.
이현지는 준결승에서 지난해 도쿄 그랜드슬램 우승자인 일본의 아라이 마오를 업어치기 되치기 한판승으로 꺾고 결승 진출했다. 하지만 결승전은 다소 아쉬웠다. 그는 프랑스의 레아 퐁텐과 치열한 경기를 펼치다가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기권했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이현지는 골반 부위 통증으로 경기를 이어가지 못했다"면서도 "큰 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쉬운 부분은 또 있었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트레이너가 동행하지 않았다.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테이핑과 마사지 등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력이다. 한 유도 국가대표 출신 관계자는 "현대 스포츠에 트레이너의 역할과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척 크다. 메달 색깔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너가 그랜드슬램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건 정성숙 대표팀 감독이 국제유도연맹(IJF) 지도자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IJF는 지도자 자격증이 없는 감독이나 코치는 경기 때 코치박스에 앉지 못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보통 그랜드슬램급 대회를 원활하게 치르기 위해선 최소 2명 이상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대한유도회는 이번 대회 남녀 대표팀에 감독, 코치, 스태프를 통틀어 3명씩 파견했다. 결국 여자 대표팀은 정 감독을 대신해 라이센스를 가진 코치에 전력분석관을 추가로 파견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감독에 라이센스를 가진 코치와 전력분석관이 합류하면서 트레이너는 합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전력분석관은 국가대표 유도 선수 출신으로 기술적인 부분 지원은 가능하지만, 마사지 자격증이나 컨디션 관리는 못 한다. 이 과정에서 유도회나 경기력향상위원회 등 그 누구도 트레이너 부재를 문제 삼지 않았다.
결국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직접 테이핑을 마사지 등 컨디션 관리를 받지 못했다. 현재 유도 대표팀 내엔 이현지 외에도 부상자가 여럿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도 관계자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나가야 할 선수들이 트레이너의 부재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흔들린 것처럼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남자 대표팀의 경우 황희태 감독, 코치 1명 그리고 트레이너가 대회에 참가했다. 황 감독은 IJF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어서 추가로 코치를 2명 데리고 갈 이유가 없었다.
IJF은 2023년 전부터 지도자 라이센스를 도입해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약 2년간의 취득 기간을 줬다. 그리고 올해부터 지도자 라이센스를 취득하지 못한 지도자는 국제 대회 코치석에 앉는 것을 불허하고 있다. 정 감독은 지난해 말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대한유도회는 정 감독에게 부임 후 1년 이내 지도자 라이센스를 따는 조건으로 2년 감독 계약을 맺었다. 발탁 과정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는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경기도 코치석에 앉아 지도하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의 '지도자'가 아닌 '임원'으로 등록해 관중석에 경기를 지켜봤다. 정 감독이 자격증을 따기까진 최소 반년이 걸릴 전망이다. 임기 2년 중 첫 해는 주요 국제 대회 대부분은 참석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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