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박찬욱 "감옥 갈 각오로 만들었다"…'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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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 25주년을 맞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감독(왼쪽부터)과 주연 배우 송강호, 이병헌이 함께 출연한 이영애, 김태우와 함께 5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CJ ENM

“아직도 이 영화 내용이 우리 젊은 세대한테 똑같은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슬픈 일이죠. 개봉 50주년 때는 옛날이야기처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대표작 ‘공동경비구역 JSA(이하 JSA)’(2000)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영화감독 박찬욱(62)이 밝힌 소회다.

개봉 25주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CJ ENM 비저너리 선정작 기념 상영 #박찬욱 감독, 송강호·이병헌·이영애·김태우 #"25년만 완전체"…여전한 분단현실 "슬픈 일"

‘JSA’는 올해로 80년이 된 분단역사의 아픔을 남북한 초소 병사들의 우정과 비극에 새긴 작품. 4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박찬욱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그는 “베를린영화제(제51회, 경쟁부문 진출) 등 외국에서 이 영화 상영을 하면 꼭 나오는 질문이 실제 판문점에서 영화를 찍었냐는 거다. 항상 ‘실제 판문점에서 찍을 수 있었다면 이런 영화가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라 답해왔다”면서 이같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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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열린 '공동경비구역 JSA' 25주년 상영 후 GV에서 주연 배우 이영애는 "25년만에 (배우, 감독 등) 완전체가 뭉쳤다"며 "'공동경비구역 JSA'는 20대에 만나, 조금 화창한 30대를 보낼 수 있게 해준 관문의, 기적같은 작품"이라 말했다. 연합뉴스

‘JSA’의 CJ ENM 비저너리 선정을 기념해 마련한 이 행사엔 박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58), 이병헌(55), 이영애(54), 김태우(54) 등 주연 배우가 “25년만에 완전체”(이영애)로 뭉쳤다. 20대였던 ‘막내라인’ 남성식 일병 역의 김태우, 인민군 정우진 역 신하균도 어느덧 50대가 됐다(신하균은 개인 사정상 이날 불참했다). GV가 생중계된 4개관을 포함해 총 5개 상영관의 900여석 객석이 일반 관객과 당시 영화에 참여한 배우 및 스태프, 그 가족 등으로 가득 찼다.

박찬욱 "90년대 국가보안법, '감옥행' 각오 속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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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 기념 상영 행사를 가진 '공동경비구역 JSA' 관객과의 대화(GV) 풍경이다.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도 질의응답에 함께했다. 사진 CJ ENM

비저너리는 올해 콘텐트 사업 30주년을 맞은 CJ ENM이 한국 콘텐트 역사에 변곡점이 된 작품을 재조명한 것으로, 영화 부문에선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 ‘베테랑’(2015) ‘극한직업’(2019) 등도 포함됐다. 특히 ‘JSA’는 “한국영화계에서 감독의 예술적 비전과 상업적 확장성을 겸비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동력이 된 작품”(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으로 평가받는다.

박상연 소설 『DMZ』를 토대로 한 박 감독의 3번째 장편영화로, 분단 역사를 휴머니즘적으로 그려 전국 58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분단 소재 첩보물 ‘쉬리’(1999)가 600만 흥행을 거둔 데 이어서다. ‘JSA’는 이후 남북한 관계를 다룬 한국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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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관객과의대화(GV)에 앞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이병헌, 이영애, 박찬욱 감독, 김태우, 송강호. 연합뉴스

박 감독은 감옥까지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90년대 후반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해석이 가능한 법 조항(국가보안법)의 구속을 받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북한 군인과의 교류, 우정 소재가 고무‧찬양이라든가, 뭐든지 걸리면 걸릴 수 있는 때였다. 명필름(제작사)과 그런 일(감옥행)이 벌어질 수 있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만들었다”면서다. 송강호는 “명필름이 엄혹했던 시절, 한국영화 발전의 비전을 갖고 과감하게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서 한국영화의 지금, 현주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나, 되돌아볼 기회”라고 쓴 소리도 했다.

흥행 연패 박찬욱·이병헌…송강호는 한 차례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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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과 주연 배우 이병헌, 송강호. 박 감독과 이병헌에겐 영화 흥행 연패의 고리를 깨준 작품이다. 이병헌은 4일 “과거 한 시상식에서 제가 박 감독님과 나의 첫 만남을 2개의 작품을 완벽하게 망한 분과 3개의 작품을 완벽하게 말아먹은 배우의 조합이라 농담 삼아 말한 적이 있다”고도 털어놨다. [연합뉴스]

차기작 ‘올드보이’(2003)로 2004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칸느 박’이란 애칭을 얻은 박 감독에겐 ‘올드보이’보다 먼저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 ‘3인조’(1997)가 연달아 흥행 참패했던 그는 “3번째 기회마저 놓치면 유작이 될 거란 절박한 마음이었다”며 “절박한 사람은 저뿐만 아니었다. 이병헌 씨도 영화 하는 족족 실패했기 때문에…”라 덧붙였다.

‘JSA’ 이후 옴니버스 단편 ‘쓰리, 몬스터’(2004)을 거쳐 최근 촬영을 마친 올해 개봉 예정작 ‘어쩔수가없다’까지 박 감독과 인연을 맺어온 이병헌은 ‘JSA’를 “처음 ‘흥행배우 이병헌입니다’ 인사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영화”로 돌아봤다. “개봉 당시 흥행의 맛을 처음 알았다. 극장에서 ‘JSA’를 40번 정도 봤다. 관객과 함께 웃고 우는 경험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인샬라’(1997)로 흥행에 고전했던 이영애도 ‘JSA’ 흥행에 이어 박 감독과 재회한 ‘친절한 금자씨’로 백상예술대상, 스페인 시체스영화제 등 국내외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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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인민군 오경필 중사 역을 맡은 송강호. 1990년대 후반 '넘버3', '초록물고기', '반칙왕', '조용한 가족' 등이 잇따라 성공하며 충무로 스타로 떠오르고 있던 그는 박찬욱 감독의 출연 제안을 한차례 거절하기도 했다 . CJ엔터테인먼트

박 감독과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박쥐’(2009), ‘복수는 나의 것’(2002) 등을 함께해온 송강호는 ‘JSA’로 처음 만났을 당시 출연을 한차례 고사하기도 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완벽해서”란 이유다. “촘촘하게 밀도감이 꽉 짜인 구성이 그때까지 볼 수 없던 시나리오였다. 한국영화가 이런 걸 구현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써 놓고 (결과물은) 이상한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다”고 운을 뗀 그는 “‘3인조’를 재밌게 봤고, 명필름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박 감독의 품격에 믿음이 가서 출연하게 됐다”며 “’JSA’는 배우 생활하며 가장 그리워할 만한 첫 번째 화양연화(花樣年華)”라 돌아봤다.

타란티노 "20년간 최고 엔딩"…JSA, 퀴어영화 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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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엔딩에 삽입된 판문점 사진. 주인공 남북한 병사들의 비밀 우정이 깃든 단란한 시절이 외국인 관광객의 흑백 사진에 담긴 장면이다. 사진 CJ ENM

참혹한 비극 이후 주인공들의 행복했던 과거를 한 컷의 판문점 사진에 담아낸 흑백 사진 엔딩은 할리우드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2013년 “지난 20년간 가장 멋진 엔딩”에 꼽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선 다른 버전의 엔딩 비화도 공개됐다. 박 감독에 따르면, 살아남은 이수혁 병장(이병헌)이 오경필 중사(송강호)를 만나러 아프리카로 가는 장면이다. 극 중 남북한 중재를 맡은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의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 장 소령(이영애)이 한국전쟁 당시 제3국행을 택한 인민군 전쟁포로 출신 아버지의 요양원을 찾아가는 버전의 엔딩도 있었다.

남북한 병사의 우정을 넘은 동성애적 감성도 고려했지만, 제작사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박 감독은 “‘JSA’를 21세기에 만들었다면 그럴 수도(퀴어영화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며 “지금 영화에서도 김태우‧신하균 씨 눈빛을 자세히 보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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