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하철참사 유족들 "수목장 허용하라" 대구시 상대 소송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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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지하철 화재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참사 현장(왼쪽). 1년 뒤 중앙로역에서 열린 '지하철참사 희생자 1주기 범시민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이 흰 풍선을 날리고 있다. 중앙포토
2003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이 “유골을 수목장할 수 있게 해달라”며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6일 대구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성경희) 심리로 열린 ‘수목장지 사용권한 확인 청구’ 소송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희생자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고 대구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기각’에 유족 측 항의
재판부는 “희생자 유족 측과 대구시가 이면 합의의 형식으로 법률적 합의를 했는지 살펴보면 사고 이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개관할 때까지 계속해서 대구시와 논의한 것으로 미뤄 최종적인 이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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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대구지법 본관 전경. 김정석 기자
이어 “희생자 유족 측이 과거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사건에서도 이 사안이 쟁점이 됐지만, 증거가 없어 이면 합의가 인정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두 당사자 간에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이면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의 판결 이후 희생자 유족들을 재판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한 유족은 “이게 법이냐”라고 외치다가 실신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이것이 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생각하느냐”,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피해자들은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이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들이 제기한 유골 수목장 주장은 사고 직후부터 22년간 이어지고 있다. 유족 측은 “대구시가 이면 합의한 내용대로 희생자 유골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내 희생자 묘역에 수목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대구시 측은 “그런 이면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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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서 대구지하철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이 “유골을 수목장할 수 있게 해달라″며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뒤 한 유족이 항의하다 실신해 바닥에 누워있다. 김정석 기자
추모공원 조성, 반발에 거듭 무산
대구 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53분 대구시 중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했다.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서 한 남성의 방화로 일어난 불이 마주 오던 전동차로 번지면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사고 약 한 달 뒤인 2003년 3월 31일 대구시와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대구시 중구 수창동 수창공원에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추모공원에 희생자 묘역, 추모탑, 안전교육관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체 부지를 찾아야 했다.
대구시는 대체 부지로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대구대공원 인근 부지를 선정하고 추모공원 조성 사업을 다시 추진했지만, 이 또한 주민과 지역 의회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세 번째로 추진된 곳은 대구시 달성군 화원유원지였지만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 화원유원지 내 사업 불허 결정이 내려지고 주민 반발도 커 추모공원 조성 사업은 수년간 표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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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하루 앞둔 2023년 2월 17일 화재 사고 현장인 중앙로역 참사 기억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모공원 조성이 어려움을 겪자 대구시는 2005년 11월 추모공원 대신 대구시 동구 용수동에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인적이 드문 팔공산 자락에 추모공원이 아닌 안전 관련 시설을 짓는 식으로 반발을 피해 가는 전략이었다. 대책위 역시 대외적으로는 추모공원 조성을 포기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희생자 유족 “대구시와 이면 합의”
대책위는 이때 대구시가 유족 측과 ‘이면 합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희생자 묘역 약 4300m²(약 1300평) 부지에 192그루의 나무를 심어 수목장하는 한편 추모탑과 유품전시관, 유족사무실, 2·18 도서관 등을 설치하고, 추모재단을 설립해 운영권을 유족에게 맡기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업들은 추진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수목장이 이뤄지지 않자 2009년 10월 27일 야간에 일부 유가족이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에 희생자 32명의 유골을 몰래 매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구시는 이를 장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2013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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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전경. 사진 대구시
이후에도 대책위는 계속해서 대구시에 수목장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일부 유족들이 지난해 4월 대구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대구시가 이면 합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수목장은 봉분 형식의 추모 묘지에 대한 대안으로 대구시가 먼저 제안한 것이며, 마지못해 수용했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참사로 숨진 192명 중 시민안전테마파크에 안장된 32기를 제외한 160기의 유골은 경북 칠곡군 지천면 대구시립공원묘지나 개인 선산 등에 안치돼 있다. 유족들은 추모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뤄지지 못했고, 여전히 공식적인 추모 묘역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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