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열풍'에 작년 경상 흑자 990억 달러, 역대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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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23억 7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뉴스1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열기에 고사양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지난해 한국 경상수지가 990억 달러 흑자를 냈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최대로 역대 2위 규모다.

6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23억7000만 달러(약 17조9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2023년 5월 이후 20개월 연속 흑자로,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 속에서도 12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흑자를 냈다. 월간 기준으로 보더라도 역대 3위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누적 경상수지는 990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 흑자 규모(328억2000만 달러)의 3배를 넘어섰고 한은의 연간 전망치(900억 달러)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수출-수입) 흑자다. 연간 상품수지는 1001억3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376억6000만 달러)의 2.7배를 기록했다. 12월 상품수지는 104억3000만 달러 흑자로, 2023년 4월 이후 2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633억 달러)이 1년 전보다 6.6%나 늘었는데 수입(528억7000만 달러)은 그보다 적은 4.2% 증가에 그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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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특히 12월 수출(6.6%)은 전월(0.8%)에 비해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통관 기준으로 정보통신기기(37.0%)ㆍ반도체(30.6%) 등 IT 품목 증가세가 이어지고 승용차(-5.8%)ㆍ화학공업제품(-0.4%) 등 비IT 품목의 감소세는 이전보다 둔화하면서 증가 폭이 커졌다.

서비스수지는 21억1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전월(-19억5000만 달러)보다 크지만, 1년 전(-29억8000만 달러)에 비하면 줄었다. ‘만년 적자’인 여행수지는 9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이 11월(-7억6000만달러)보다 커졌는데, 겨울 방학 등 해외여행 성수기의 영향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국내 관광은 다소 줄었지만 한파 등 계절적 영향이 크고 12ㆍ3 비상계엄 여파는 미미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임금ㆍ배당ㆍ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는 11월 24억1000만 달러에서 12월 47억60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특히 본원소득 중 배당소득이 증권 투자 중심으로 많이 늘어나 35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 수입이 증가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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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장이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4년 12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문제는 올해다. ‘트럼프 리스크’에 통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져 지속적인 수출 호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올해도 상당 기간 고사양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부문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범용 반도체는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로 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용 반도체 수출은 스마트폰ㆍPC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응한 밀어내기 수출, 이른바 ‘땡처리’를 늘리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제재로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경상수지엔 마이너스 요소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올해 경상수지 800억 달러 흑자(지난해 11월 기준 한은 전망치) 달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당장 1월은 장기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폭도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신 국장은 “수출이 15개월 연속 증가했기 때문에 앞으로 수출 규모가 많이 늘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증가율은 떨어질 텐데, 그렇다고 수출이 안 좋은 건 아니다”라며 “아직까진 올해 경상수지도 양호할 것으로 보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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