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밥캣 분할’ 실패한 두산, 체코 스코다파워 상장해 1500억원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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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증기터빈을 만들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왜 두산그룹은 체코에서 자회사를 상장할까.

두산밥캣 분할합병에 실패한 두산에너빌리티가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를 6일 프라하 증시에 상장했다. 자금 조달 규모는 1500억원이다.

이날 에너빌리티는 스코다파워를 프라하 증권거래소(PSE)에 상장했다고 밝혔다. 공모가는 한화 기준 1만4400원, 공모액은 1516억원(1053만주)이다. 두산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스코다파워 생산설비 개선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원자력 발전 시장 공략을 준비하겠다”며 “모회사인 에너빌리티 성장 동력 확보에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상장 이전까지 스코다파워 지분은 두산파워시스템SA가 100% 갖고 있었다. 에너빌리티가 다시 파워시스템SA 지분 100%를 소유한 구조였다. 상장 이후에도 파워시스템SA가 스코다파워 최소 지분율 67%를 유지한다. 모회사 지분율은 다소 희석되지만, 여전히 과반이라 경영권을 유지하는 식이다.

두산은 변신의 귀재다. 100년 넘는 역사 동안 위기 때마다 인수합병(M&A)과 과감한 매각으로 살아남았다. 맥주→소비재·경공업→중공업→에너지 등 주력 사업을 바꿔온 두산이 2009년 8000억원에 사들인 회사가 스코다파워다.

스코다파워는 체코를 대표하는 중공업 회사다. 1896년 설립된 장수 기업으로 1·2차 세계대전 당시 전차를, 전후에는 트랙터·자동차를 생산했다. 이후 발전 사업에 진출해 발전용 증기 터빈 등을 만들어왔다. 체코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 원전 증기 터빈을 540기 이상 공급한 회사다. 두산 입장에선 향후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힘을 합친 ‘팀 코리아’로서 원전을 수주할 때 역할을 기대하는 곳이다.

상장에는 사업 측면뿐 아니라, 두산의 자금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두산은 지난해 하반기 에너빌리티의 알짜 자회사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밥캣을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흡수시킨 뒤 상장 폐지하는 식으로 분할 합병을 추진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사업 재편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고 원전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제지로 계획을 접었다. 밥캣과 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이 1대 0.63으로 로보틱스를 고(高)평가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에너빌리티 투자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며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노린 ‘꼼수’란 지적도 나왔다.

이후 두산은 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로보틱스 주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합병 비율을 조정했지만, 지난해 12월 계엄 이후 분할합병 계획은 무산됐다. 주가 급락으로 합병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번 스코다파워 상장을 두고, 두산이 지난해 자금 조달 실패를 만회하려는 시도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두산 관계자는 “스코다파워 상장과 밥캣 분할합병 추진은 별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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