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빚내 시추한 석유공사...대왕고래 무산에 추가 시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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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인 ‘대왕고래’에서 처음 진행된 탐사시추 결과, 사실상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해선 해외투자 유치를 통해 시추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기대를 걸었던 대왕고래에서 비관적인 판단이 나오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비용 문제가 사업 진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시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석유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19조7799억원)에서 부채(21조1664억원)를 제외한 자본 총액은 -1조3864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시추 비용도 모두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다. 첫 시추에는 당초 1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석유공사 자체 예산과 정부 출자금이 절반씩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 관련 예산 497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에 석유공사는 계획보다 부채가 500억원가량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2차 시추부터는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석유공사와 합작 형태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오는 3월부터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하는 게 목표다.
최근에는 ‘마귀상어’라고 명명한 새로운 유망구조에 대한 용역 보고서 내용도 알려졌다. 지난해 정부가 1차로 발표한 동해 심해 가스전 7개 유망구조에서는 빠진 지역이다. 최대 51억7000만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산업부는 용역 보고서의 검증 작업 중에 있다.
검증 작업에만 6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첫 시추의 실패로 향후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석유공사가 발주한 이 용역 역시 ‘대왕고래’를 물리탐사 분석한 액트지오가 담당했다.
그러나 첫 시도의 결과에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정부와 석유공사도 20%의 성공 확률을 고려해 향후 수년에 걸쳐 최소 5번의 탐사시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에 생산했다가 종료한 동해 가스전이 11번째에 성공했으며, 가이아나는 13번째, 노르웨이 에코피스크는 23번째에 성공했다”며 “국민이 허락해 주시면 계속 이어가는 게 자원 개발 생태계 유지에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첫 시추부터 바로 석유·가스를 발견할 수는 없는 일이며, 시추 프로젝트의 일반적인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시추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면 투자 유치 등을 통해서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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