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 임원 124명이 2024년 실적에 따른 초과이익분배금(PS) 명목으로 총 3만7580주를 자사주로 수령했다. SK하이닉스는 PS 일부를 자사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2023년(2022년 성과급)에 도입했으며 지난해에는 실적부진으로 PS를 지급하지 않았다. 올해가 2번째 지급인 셈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임원 205명(지난달 6일 임원수 기준) 중 60%인 124명이 성과급으로 자사주 3만7580만주를 수령했다. 지급일(지난달 24일) 기준 주가인 22만1000원으로 계산하면 총 83억518만원 어치다.

2년 전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할 때는 전체 임원 200명 중 74%인 148명이 자사주 9만9239주를 받았다. 당시 주가(9만1000원) 기준 총 90억3074억원 상당이다. 이번 지급과 비교하면 물량은 63% 줄었지만 주가상승으로 지급 총액은 8%만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최근 구성원에게 역대 최고 수준의 PS(기본급의 1500%)를 지급했다. 2023년 지급됐던 2022년 실적에 대한 PS는 850%다. 2년 전보다 실적 상승으로 인한 성과급은 늘었지만 자사주 선택은 줄은 셈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임원들의 경우 직원들과는 다른 기준으로 성과급을 책정한다”며 “정확한 지급률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라스베가스 CES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질문을 받는 SK하이닉스 경영진. 왼쪽부터 김주선 AI 인프라 담당 사장, 김종환 D램 개발 담당 부사장,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김영식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 최우진 P&T 담당 부사장. 중앙포토

2년 전에 이어 이번엔도 자사주를 선택한 임원은 79명이다. 이 중 15명은 50주 이하 소량을 자사주로 수령했다. 가장 적은 물량을 선택한 임원은 11주(243만원 상당)다. 올해 더 많은 주식을 받은 이는 13명에 불과했지만, 특히 C레벨급에서 물량을 크게 늘리며 책임경영과 주가 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김영식 양산총괄(CPO) 부사장은 2억3546만원 어치를, 김주선 AI인프라 사장은 1억6707만원 어치의 주식을 과거보다 더 수령했다. 재무 분야의 A 부사장은 지난해 1832주(1억6671만원)에서 올해 292주(6453만원)를 수령해 가장 주식 물량을 많이 줄인 임원으로 꼽혔다.

SK하이닉스는 ‘주주 참여 프로그램 시행’을 통해 구성원들이 PS의 최소 10%에서 최대 50%까지 10% 단위로 자사주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자사주를 1년 보유하면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프리미엄) 한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했을 때 반도체 업황이 다운턴으로 접어들면서 12만원대 주가가 9만원대로 떨어지고, 회사는 메모리 감산카드까지 꺼내들던 상황이었다. 다만 업턴이 찾아올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만큼 임원들은 자사주 선택 옵션에 적극 호응했다. 당시 성과급을 자사주로 받은 임원들은 1년 후 매도시 주가 상승분과 추가지급분까지 포함해 총 71억6158만원 어치의 성과급을 더 받았다.

김주원 기자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전망에 대한 낙관론은 다소 흔들리고 있다. 중국 AI 딥시크 충격으로 인한 고성능 AI칩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1개월 전 33조9600억원이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달 만에 32조400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임원들이 성과급을 자사주로 선택하는 것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 참여 프로그램에는 임원 뿐 아니라 직원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직원 선택 물량은 공시대상 아니라 공개할수 없다”라며 “직원들 사이에서 좋은 호응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임원에 대한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공지했으며, 향후 직원들 대상으로도 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