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올림픽 복귀의 꿈, 이제 시작” 다시 뛰는 한국 아이스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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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늘어나던 실업팀도 이제 한 곳뿐이다. ‘푸른 눈의 태극전사’로 불렸던 귀화 선수들도 하나둘 돌아갔다. 야심 차게 아시아 최강 자리를 노렸지만, 명맥 유지조차 쉽지 않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하는 한국 아이스하키 이야기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2017년 4월 기적을 썼다. 실업팀 3개, 대학팀 5개, 등록 선수 233명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2위를 기록했다. 미국·캐나다 등 세계적 강호가 즐비한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으로 승격했다. 피땀 흘리는 노력으로 일군 성과였다. 한국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국이면서도 실력 부족을 이유로 아이스하키 본선 출전권을 받지 못했다. IIHF가 “본선 승리는 차치하고, 한국이 큰 점수 차이로 질 경우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겨울올림픽의 꽃’ 아이스하키를 안방에서 남의 잔치처럼 구경만 할 수는 없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귀화 선수 대거 충원과 외국인 감독(백지선) 영입 등 IIHF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뒤에야 (2014년 9월) 출전권을 얻을 수 있었다.
어렵사리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뒤 한국 아이스하키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안양 한라와 하이원뿐이던 국내 실업팀은 2016년 대명 킬러웨일즈 창단으로 늘어났다. 귀화 선수 가세 덕분에 국내 선수들 경기력까지 급성장하면서 2017년 월드챔피언십 승격을 이뤄냈다. 비록 평창올림픽은 예선 전패(4패)로 마무리했지만, 몇 년 새 세계 정상급 국가와 어깨를 겨룰 만큼 올라선 한국의 성장 드라마는 큰 울림을 줬다.
이렇게 전성기를 맞았던 한국 아이스하키는 평창올림픽 이후 침체기를 맞았다. 귀화 선수들이 하나둘 고국으로 돌아가고, 2021년 대명 킬러웨일즈, 2023년 하이원이 차례로 해체돼 안양 한라 혼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 됐다.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겨울올림픽 출전도 일찌감치 무산됐다. 과거로 회귀한 한국 아이스하키가 중흥의 재시작점으로 삼는 무대가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이다. 아이스하키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대교체의 틀을 잡아 5년 뒤 2040년 알프스 겨울올림픽에 다시 도전한다는 각오를 다진다.
초반 분위기는 좋다. 한국은 지난 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아이스하키 아레나에서 열린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조별예선 A조 1차전에서 홈팀 중국을 6-5로 꺾었다. 연장전에서 주장 김상욱이 골든골을 터뜨렸다. 5일에는 약체 대만을 14-1로 제압했다. 역시 김상욱이 3골·6도움으로 맹활약했다. 1988년생 베테랑 공격수 김상욱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산증인이다. 친형 김기성과 함께 오랜 기간 대표팀을 지켜왔다. 겨울아시안게임은 이번이 세 번째 출전이다. 대만전 직후 김상욱은 “평창 이후 한국 아이스하키가 퇴보한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 선수로서 마음 아팠다”며 “귀화 선수들이 빠져 전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어린 후배들이 하나둘 채워가고 있다. 지금의 세대교체 과정이 잘 마무리된다면 분명히 밝은 미래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2연승의 한국은 7일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일본과 3차전을 치른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하얼빈이다 보니 일본전을 향한 한·일 양국의 관심도 많다. 김상욱은 “가위바위보조차 일본에는 지면 안 된다. 전력은 일본이 앞서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는 사명감을 되새기면서 경기를 준비하겠다”며 “우리 목표는 다음 겨울올림픽 자력 출전이다. 이를 위해 이번 대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후배들이 꼭 알프스에 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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