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민 이주하면 관광지…“트럼프, 가자 인수는 사위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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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인수’ 깜짝 선언이 즉흥적인 것이 아닌 오랜 구상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선임 보좌관으로 중동 외교에 깊이 관여한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아이디어를 트럼프가 구체화했다는 분석이다. 자신의 숙원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수교를 달성하기 위한 협상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가자 인수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건 트럼프가 아닌 쿠슈너가 먼저다. 쿠슈너는 지난해 2월 모교인 하버드대 대담 행사에서 “가자지구에는 마이애미 같은 훌륭한 해변이 있다”며 “가자 주민들이 일시적이라도 네게브사막이나 이집트로 이주한다면 (이곳은) 관광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가자 개발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 전쟁 이후 쿠슈너가 주도한 아이디어”라고 전했다.
해당 발언은 당시 논란은 됐어도 반향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사위의 생각을 구체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여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자지구는 알짜배기(prime) 부동산”이라며 “어떤 종류의 호텔을 지을지 생각해 보라”고 제안했다. 지난해 10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선 “가자지구가 올바르게 재건되면 모나코보다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에 당선되자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WSJ는 “트럼프는 수개월 전부터 가자지구 재건 방안을 은밀히 검토했고, 중동 지도자들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계획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며 “4일 네타냐후와의 정상회담 직전 보좌진들에게 해당 구상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부동산 개발업자 본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쿠슈너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 중동만큼 중요한 지역은 없다”며 “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사우디·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부동산 사업에 깊이 관여해 왔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중동 특사로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스티브 위트코프를 임명한 것 등을 보면 트럼프가 수개월에서 수년 전부터 해당 계획을 고려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를 향한 트럼프 특유의 ‘위협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중동 평화 구상에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벌인 일종의 ‘멍석깔기’ 행위란 것이다.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가자 주민 이주가 어려운 일임을 아는 네타냐후는 트럼프 발언 당시 기뻐하면서도 당황한 듯 보였다”며 “트럼프는 (이 제안으로) 네타냐후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고, 팔레스타인 난민 받기를 두려워하는 아랍 국가엔 가자지구 재건 자금을 받아낼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수교 논의를 중단한 사우디를 협상장에 나오게 하려는 포석이 크다. 사우디는 가자지구 전쟁 후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보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중동 맹주인 사우디로선 무슬림 형제인 팔레스타인인이 대규모로 추방되는 일을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트럼프의 이스라엘 수교 협상 제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단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전쟁이 끝나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미국에 넘길 것”이라며 “미국은 전 세계의 훌륭한 개발팀과 협력해 천천히, 신중하게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화려한 개발이 될 건설을 시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미국 군인은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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