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협상술 또 통했다…파나마, 미국 배는 운하 통행료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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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를 파나마와 마가의 합성어인 ‘파나-마가’(PANA-MAGA)로 표기한 지도가 실린 뉴욕포스트 기사. [트럼프 SNS 캡처]

앞으로 미국 정부 소유의 선박은 파나마 운하를 지날 때 통행료가 면제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후 “운하 운영권을 되찾겠다”며 계속 압박하자 결국 파나마 정부가 백기 투항한 모양새다.

미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파나마 정부가 더는 미국 정부 선박에 대해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를 통해 미 정부가 연 수백만 달러를 절감할 전망이라고 추산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를 직접 찾은 지 3일 만에 나왔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그간 “파나마 운하의 통제·운영은 주권 문제”라며 반발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한발 뒤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운하 환수 발언에 분노한 파나마 현지에선 트럼프의 얼굴이 그려진 사진을 불태우는 등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트럼프의 의중대로 된 셈이 됐다.

이날 미 국방부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물리노 대통령이 통화했다”며 “파나마 운하 방어를 포함한 안보 이익을 양국이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은 미군과 파나마군의 협력을 늘리기로 합의했다”며 “외부 위협으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공동 방어하고 양국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물리노 대통령이 헤그세스 장관에게 파나마 방문을 요청했다”고 알렸다.

1914년 개통한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건설한 뒤 수십 년간 미국이 관리·통제했다. 그러다가 ‘영구적 중립성’ 보장 준수 등을 조건으로 99년 12월 31일 파나마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그런데 미국이 파나마 운하에서 손을 뗀 뒤 그 자리를 중국이 꿰찼다는 게 트럼프의 시각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파나마가 미국에 과도한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그들(파나마 정부)은 협정의 모든 면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운하 수리를 위해 (미국이)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를 지원해 줄 것을 원한다”며 “그래서 나는 ‘그 돈을 중국에서 받아 가지 그러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0일 취임사를 통해선 “막대한 자금을 들였고 건설 과정에서 미국인 3만8000명이 희생될 정도로 어렵게 완공한 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준 것은 바보짓”이라며 운하를 환수하겠다고 밝혀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루비오 장관이 파나마를 찾아 중국의 영향력을 줄일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트럼프의 의중을 전달했다. 이에 물리노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협정을 조기에 종료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파나마 당국은 파나마 운하 항구 5곳 중 2곳을 운영 중인 홍콩계 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2021년 파나마 당국과 연장 계약을 통해 2047년까지 운영권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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