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철우 "도지사가 외고도 못 만들어, 헌법에 지방분권 담아야" [‘포스트 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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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지방자치제도는 과거 정부에서 단체장을 임명하던 수준에서 선거만 추가된 겁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도지사가 신도시 발전을 위해 외국어고등학교를 하나 신설하는 것도 중앙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백만 명의 주민 삶을 살펴야 하는 광역단체장조차 지방 행정을 위한 수단이나 권한이 변변찮다는 토로였다.
이 지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등 여권 내 개헌 전도사를 자처해왔다. ‘87년 체제’를 탄생시킨 6공화국 헌법을 “시대착오적인 낡은 헌법”으로 규정한 그는 “개헌을 통한 대통령제 개편과 지방정부 권한 강화를 한국 정치 체제 교체의 출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5일 오후 경북 안동의 경상북도 도청 도지사 접견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했다.
- 지방정부 운영의 한계를 언제 느끼나.
- “눈앞에 보이는 산이나 강, 논과 밭조차도 도지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연구·개발을 위한 부지 전용을 하려고 해도 일정 면적이 넘으면 중앙정부에서 관리한다. 지방 하천을 정리하려 해도 1만㎡(약 3000평)가 넘으면 환경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소나무 재선충 약 치는 것도 산림청이 정한 것만 쓴다.”
- 자율권이 없어 보인다.
- “정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어고 하나 신설하는 것도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광역단체 부단체장을 중앙부처에서 임명하느냐. 다른 시·도의 경우엔 중앙 부처에서 내려보낸 사람이 동네 이름도 모른 채 있다가 복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선출직 단체장의 인사권조차 제한하는 것이다.”
- 다른 나라는 어떤가.
-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선진국이 미국과 한국이다. 연방제인 미국 대통령만 해도 외교·국방 분야에선 힘을 쓰는데, 국내 행정과 관련해선 힘이 없다. 주(州) 정부마다 법이 다르니, 지방 행정에 대해선 대통령이 주지사를 넘지 못한다.”
- 개선 방안은 뭔가.
- “낡은 헌법을 고쳐야 한다. 헌법에 지방자치 관련 조항(117조, 118조)이 딱 두 개 다. 지자체는 주민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지자체에 의회를 둔다는 내용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제정됐고, 민선 단체장을 뽑는 지방자치제도는 8년 뒤인 1995년 도입됐다. 바뀐 시스템을 제도가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니 현행 헌법 체제에선 말만 지방정부지, 중앙정부에 예속됐던 관선 때나 다름없다. 개헌을 통해 지방 분권 강화 방안을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
이 지사는 지방정부의 재정권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올해 10~11월 경북 경주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쓸 예산을 늘리려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감액 예산안 처리로 무산된 사례를 얘기할 때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그는 “과도한 입법 권력에 대한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 8년째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 “대통령제의 양극단 문제가 다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땐 막강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은 반대다. 대통령이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극단의 정쟁으로 인해 국가적 행사인 APEC 예산 증액안이 사라진 게 좋은 사례다. 민주당은 자기들이 다 깎아놓고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증액해주겠다고 한다. 정치가 장난인가.”
- 입법부 견제 장치가 필요하단 것인가.
- “개헌을 하면 지방 분권 강화는 물론 삼권분립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 대통령제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형태로 바꾸고, 국회는 양원제로 바꿔 상원에 지방 대표의 참여를 명문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대신 국가수반에 국회 해산권을 주는 형태로 상호견제가 가능한 식이면 좋겠다.”
- 4년 중임제는 왜 안 되나.
- “지금의 극단 정치 체제에선 4년 중임제가 4년 단임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취임 순간부터 상대 당은 대통령을 공격하고, 자기 당에서조차 대통령 바꾸려고 공격해댈 거다. 기존 대통령제 폐해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 민주당이 동의하겠나.
- “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제외한 유력 인사 상당수가 개헌 필요성을 이야기하지 않느냐.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 대표에 대한 압박과 설득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 이 지사는 윤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그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은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했다.
- 계엄 선포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어 안타깝다. 그러나 미리 알았으면 당연히 말렸을 것이다. 지난해 계엄 선포 전 윤 대통령의 11월 남미 순방에 동행했다. 당시 ‘APEC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불러 함께 골프를 치면 노벨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더니 윤 대통령이 ‘어느 골프장으로 가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그때까지 계엄 선포 징후를 느낄 수 없었다. 설 연휴 직전 만난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 대리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초청 아이디어를 전했더니, 좋은 생각이라며 본국에 보고하겠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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