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 사람의 관심이 34만명의 관심으로…“승일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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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루게릭이 찾아왔다
오는 3월 경기도 용인시에 ‘승일희망요양병원’이 문을 엽니다. 세계 최초의 루게릭 요양병원입니다. 지난해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박승일 한 사람의 꿈에서 시작됐고, 가수 션과 33만5259명의 애정이 묻어 있는 곳입니다. 이들이 루게릭병 요양병원 설립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는 뭘까요.
공간을 밝고 널찍하게 설계했어요. 24시간 침대에 누워 생활하시는 환우들이라 답답함을 줄일 수 있게 신경썼고요.
지난달 21일 승일희망요양병원에서 만난 가수 션은 인테리어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병원을 소개하며 “승일이가 큰 선물을 주고 갔다”고 말했다. 2002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고 박승일 전 프로농구 코치는 “얼마의 시간이 남았을지 모르지만 루게릭병 환우를 위해 살고 싶다”며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꿈꿨다.
션 승일희망재단 대표 인터뷰
루게릭병이 진행되면 위루술과 기도관 절개,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수반해 24시간 간병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리가 힘든 탓에 일반 요양병원 입원도 쉽지 않아 환우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무너진다.
박 전 코치와 션이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를 맡아 본격적으로 병원 건립을 추진한 것이 2011년. 기부금 119억원과 정부 지원금 120억원이 투입된 이곳은 개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 병원이 완공된 모습을 보니 어떤가.
- 정말 많은 분이 박승일 전 대표가 처음 시작한 희망 스토리를 이어가 주셔서 감사하다. 2018년 부지가 정해진 후 뒤쪽 언덕에서 박 전 대표가 보는 가운데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한 것이 생각난다.
- 박승일 전 대표와의 인연은.
- 2009년에 인생 멘토인 이재철(전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 목사님의 사모님이 박 전 대표가 안구 마우스로 쓴 책을 전해주셨다. 10억원 정도면 루게릭 요양병원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다. 마음의 ‘터치’를 느껴 마침 저금해 둔 1억원을 수표로 끊어 찾아갔다. 글자판과 눈 깜박임으로만 대화할 때였는데 먼저 ‘친구하자’고 하더라. 계속 만나면서 공동대표까지 맡게 됐다.
- 지금 옆에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은.
- 승일아, 우리가 해냈다.
병실엔 침대째 들어가는 목욕실도 설치
일반적으로 요양병원은 6인실이 기본인데 이곳 병실은 4인실이다. 간병인 한 명이 환자 4명을 담당하고, 병실 두 개 사이에 문을 달아 신속히 오갈 수 있게 했다. 병실 안에 침대째 들어갈 수 있는 목욕실도 설치했다. 재단 측은 “환자들이 누워서도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게 창틀 높이를 낮추고, 경사진 통유리벽 창문 디자인으로 빛이 많이 들어오게 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뷰를 감상할 수 있게 장기 입원 환자의 경우 병실도 정기적으로 옮길 계획이다. 침대째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옥상 정원과 공연을 볼 수 있는 강당 등도 마련했다. 기관 절개, 위루관 시술을 한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의료·간병 케어를 제공한다.
- 이곳이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지.
- 루게릭병은 잠깐이라도 혼자 있다가 위급한 상황이 올 수 있는 병이다. 두려움을 없애 주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가족분들에게는 간병이라는 짐을 조금 덜어줘 원래의 가족으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 14년 만에 병원이 지어졌다. 이제 할 일은.
-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운영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러려면 좋은 의사, 간호사, 간병인이 많이 와주셔야 한다. 혹시 이 기사를 보는 의료인, 간병인분들이 함께하면 좋겠다.(웃음)
- 누구는 돕고, 누구는 안 돕고를 정하는 게 어렵지 않나.
- 내가 다 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이 다 할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이 하나에만 관심을 가져도 세상은 변할 수 있다.
“먹어야 살 수 있듯, 나눠야 살 수 있다”
- ‘기부 천사’라고 불린다. 기부란 무엇인가.
- 삼시세끼 밥 먹는 것과 같다. 기부보다는 나눔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나눈다고 하면 내가 주는 것만 생각하는데, 언제든 나나 내 가족이 받는 입장이 될 수 있다. 먹어야 사는 것처럼 나눠야 살 수 있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미국 뉴욕 양키스팀 루게릭 선수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이라고 부른다. 운동신경세포만 소실돼 전신마비, 언어 기능과 음식물 섭취 기능 상실, 호흡 근육 약화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병이다.
인터뷰 전문은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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