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스라이팅에 의한 계약은 취소 가능"…67년된 민법 전면 개정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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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뉴스1

연 5%로 고정된 법정이율을 경제 사정에 따라 높거나 낮게 변동하고, 심리적으로 지배된 ‘가스라이팅’ 관계에서 부당하게 맺어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마련됐다. 법무부가 7일 입법 예고한 민법 개정안에서다.

법무부는 이날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의 기본법인 민법이 1958년 제정된 이후 67년 동안 전면 개정 없이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며 “변화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개정에 돌입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무부는 민법 전(前) 3편(총칙‧물권‧채권) 중 ‘계약법’을 첫 과제로 선정하고 200여 개 조문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했다.

연5% 법정이율, 고정형→변동형

우선 변화하는 금리와 물가에 따라 법정이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변동이율제 도입이 포함됐다(제379조 개정). 현재 민법은 다른 법률 규정이나 당사자 약정이 없는 경우 법정 이율을 연 5푼(%)으로 고정해뒀다. 시장금리가 5%보다 낮은 경우에도 고정된 법정이율을 내야 해 민법이 채권 당사자의 이익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법무부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시장이율‧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법정이율을 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렇게 되면 법정이율 변동이 필요한 경우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새 법정이율을 공포할 수 있게 된다.

또 가스라이팅이 이뤄진 관계나 종교 지도자와 신도, 간병인과 환자 등 심리적으로 강하게 의존한 상황에서 부당한 간섭을 받아 이뤄진 계약을 취소할 근거도 마련됐다(제110조의2 신설). 현재는 착오 취소(제109조)나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만 취소할 수 있어(제110조) 심리적으로 취약한 관계에 대해서는 법률적인 보호가 어려웠다. 법무부는 미국‧영국 등 국가가 채택하는 ‘부당위압’ 법리를 도입해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간병인이나 종교 지도자에게 지배돼 ‘재산 전부 증여’ 유언을 남겨 문제가 된 해외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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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담보법, 불법행위법도 개정 방침”

이외에도 법무부는 계약 성립 이후 중대한 사정이 변경된 경우 계약의 해제‧해지를 넘어 계약 수정도 가능하게 하고(제538조의2 신설), 대리권 남용 시 대리행위에 대한 효력을 부정하는 등(제124조의2) 기존에 확립된 법리에 대한 명문 규정을 신설했다. 아울러 채무 이행 불능, 이행 지체뿐만 아니라 채무를 완벽히 하지 않은 ‘불완전 이행’에 대해서도 민법을 적용하도록 조문을 수정했다. 민법에 사용된 어려운 한자어는 한글화하고, 어색한 표현‧문장도 수정했다.

법무부는 다음 달 1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두고 의견을 수렴해 입법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이날 개정을 예고한 계약법에 이어, 담보법과 불법행위법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개정을 이어갈 방침이다. 법무부는 “이번 계약법 개정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민법 전반을 개정해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민법 전면 개정 추진을 위해 2023년 6월 양창수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법개정위원회를 출범시켜 개정안을 마련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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