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의 신상 털어 좌표찍는 당신, 이제 '스토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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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불거진 넥슨 '집게손가락' 논란. 일부 누리꾼은 홍보 영상 속 한 캐릭터의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넥슨

경찰이 넥슨 ‘집게 손가락’ 사건과 관련해 엉뚱한 여성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등 이른바 ‘좌표찍기’ 한 일당에 대해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최근 시행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다수에게 유포·게시할 경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5일 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신상을 공개하고 모욕한 혐의를 받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명예훼손 및 모욕, 스토킹처벌법 위반죄 등을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2023년 11월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넥슨에 납품한 홍보 영상을 두고 ‘남성 혐오의 상징인 집게손가락이 들어갔다’며 여성 직원 A씨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A씨의 이름·직장·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주소 및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해당 영상 속 캐릭터를 그린 작가는 A씨가 아닌 4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이 송치되기까지) 자주 공황 장애에 시달려 비상약을 갖고 다녀야 했다”며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했었는데 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개인 작업물도 마음 편히 만들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들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돼 앞으로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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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사례처럼 특정 개인의 신상을 온라인상에 게시·유포하는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다. 2023년 7월 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배포 또는 게시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했다. 또 SNS·e메일 등을 통한 반복적인 괴롭힘도 스토킹 행위에 포함했다. 과거 오프라인에만 국한됐던 스토킹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A씨 측 범유경 변호사는 “개정안에 따라 피해자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한 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좌표 찍기 가담자들도 모두 고소했다”고 밝혔다.

좌표 찍기·지인 능욕 등 온라인 스토킹에 가담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직 전공의 정모씨 역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지난해 6~9월 집단 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정보를 텔레그램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배포해 집단으로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도록 한 온라인 스토킹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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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방배경찰서는 이른바 '폭도 리스트'를 제작한 크리미널 윤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리스트에는 서부지법 난동 가담자와 시민들 얼굴이 다수 올라왔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탄핵 정국에서 찬·반 지지자들이 상대 진영 지지자 개인의 신상을 유포하거나 특정 판사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하는 행위 역시 스토킹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지난달 일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주소지 등 신상정보가 올라오거나 ‘윤석열 탄핵’ 배지를 착용하고 근무한 특정 마트 노조원에 대한 집단 린치가 이어졌다. 한편 서울 방배경찰서는 ‘서부지법 난동’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이들을 포함해 다수 시민의 신상을 공개한 크리미널 윤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스토킹’을 넘어 ‘온라인 린치’로 번지기 전 개정된 스토킹처벌법을 통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특정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처벌”이라며 “온라인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체포-수사-처벌 등 일련의 법 집행이 확실하다면 유사 형태의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이들의 행위를 방관하는 커뮤니티 등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범유경 변호사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삭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사이트 운영자를 파악해 형사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운영자 주소지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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