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사에 떼인 퇴직연금 수수료 갈수록 눈덩이…작년 1조7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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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늘어나는 퇴직연금 수수료. 사진 픽사베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가입자한테서 떼가는 퇴직연금 수수료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수익률은 극히 저조한 상황에서 가입자들은 수수료로 지불하는 비용만 커지는 현실을 어찌해볼 도리없이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에 따르면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기업 혹은 개인)가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사에 자산관리 대가 등으로 건넨 총수수료는 지난해 1조6840억5천500만원에 달했다. 1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수수료로 떼인 셈이다.

작년 수수료 수입 규모를 상위 금융사별로는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2116억4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은행(2064억2300만원), 삼성생명(1714억6400만원), 하나은행(1663억200만원), 우리은행(1284억1000만원), IBK기업은행(1269억3900만원), 미래에셋증권(1089억93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수익률과는 무관하게 금융사가 가입자한테서 거둬가는 수수료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수수료 규모는 2018년 8860억4800만원, 2019년 9995억7800만원, 2020년 1조772억6400만원, 2021년 1조2327억원, 2022년 1조3231억6100만원, 2023년 1조4211억8600만원 등으로 늘었다.

이처럼 수수료 규모가 커지는 것은 해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행 수수료 체계는 금융사들이 운용 성과와 상관없이 적립금에 차등 요율이나 단일 요율 등 일정 비율로 부과해서 가입자한테서 떼어가는 방식이다. 적립금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수료도 커지는 구조다.

실제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05년 12월 제도 시행 1년 후인 2006년 1조원에 못 미쳤지만, 10년 뒤인 2016년 147조원으로 커졌다. 이후 2018년 190조원, 2020년 256조원, 2022년 336조원, 2023년 382조4000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2024년에는 약 432조원으로 400조원을 훌쩍 넘었고, 2032년에는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들은 이렇게 막대한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정작 퇴직연금 운용실적을 보여주는 수익률은 형편없다.

2023년 말 기준으로 10년간 퇴직연금 연 환산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5년으로 기간을 줄여도 연 환산 수익률은 2.35%로, 2023년 물가 상승률인 3.6%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 2022년 0.02%, 2023년 5.26%였다. 제도 시행 이후 5%대 수익률은 2010년과 2023년뿐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공적 연금들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5% 안팎의 연평균 수익률 성과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3∼4%포인트나 낮은 실적이다.

한편 퇴직연금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사업장의 사용자는 일정 금액(급여의 8.33%)을 보험료로 떼어 외부 금융기관(퇴직연금 사업자)에 맡겨야 한다. 금융사는 이를 운용해서 수익을 낸 뒤 가입자(기업 혹은 근로자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펀드 소개에 따른 비용 등 각종 명목으로 수수료를 부과한다.

운용관리 수수료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방법에 대한 컨설팅 및 설계, 적립금 운용 현황에 대한 기록관리, 가입자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데 대한 대가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적립금의 보관·관리, 운용지시 이행, 연금을 포함한 급여 지급 등의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말한다.

펀드 총비용은 펀드 같은 실적배당상품과 관련해 퇴직연금 사업자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받아 가는 각종 보수(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보수)와 수수료(선취·후취·매매 중개 수수료)를 뜻한다.

특히 펀드 총비용은 운용수익이 나든 나지 않든 상관없이 가입자(근로자 개인)의 투자 금액(원금+손익)에서 원천적으로 징수해가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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