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초인적 힘은 없지만, 인간적이고 유연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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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앤서니 매키)은 업그레이드된 수트를 입고 화려한 고공 액션을 펼친다.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출격이다. 올해 첫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12일 개봉)는 최초의 흑인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을 맡은 첫 작품이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리뷰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번스)의 조력자 팔콘으로 활약해온 샘 윌슨(앤서니 매키)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중심축이 됐다.

그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에서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물려받은 비브라늄 방패는 막중한 책임감이다. 그는 스티브 로저스를 슈퍼 히어로로 만든 슈퍼 솔져 혈청을 맞지 않았고, 초인적 힘도 없다. 힘의 능력치만 봤을 땐 가장 평범한 히어로다.

그런 한계를 지닌 샘이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하고 인류의 적과 맞서 싸우는지가 향후 MCU 전개의 관건이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팔콘과 윈터 솔져'(2021)에서 오랜 고민 끝에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난 샘은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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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된 샘 윌슨(앤서니 매키)이 주인공을 맡은 첫 작품이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작들에서 어벤져스를 견제해 온 국무장관 새디어스 로스(해리스 포드)가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도양의 한 섬에서 발견된 신물질 아다만티움을 독점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이 각축을 벌이자, 그는 자원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조약을 체결하려 한다. 이를 위해 샘에게 어벤져스 재건을 요청하는데, 새디어스의 과거를 아는 샘은 탐탁지는 않지만, 평화를 위해 미 정부에 협조한다.

그러나 일본 총리 등이 초청된 백악관 행사에서 새디어스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하고, 각 나라 수장들이 미 정부를 믿지 않게 되면서 외교 갈등이 불거진다. 샘은 암살 미수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친구 이사야 브래들리(칼 럼블리)의 억울함을 풀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 참여를 요청하지만, 새디어스가 거절하면서 둘의 관계는 틀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우방국 일본이 자국이 비밀리에 보관 중이던 신물질 원료를 빼돌린 배후가 미 정부라고 믿게 되면서 양국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 샘은 새디어스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한 정체 불명의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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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디어스 로스 대통령(해리슨 포드, 왼쪽)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앤서니 매키)에게 어벤져스 재건을 요청한다.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기존 마블 시리즈보다 이해 관계의 상충, 정치적 대립 등 갈등 구조를 더욱 부각시킨다. 1960~70년대 스릴러 영화를 참고했다는 줄리어스 오나 감독의 말처럼 샘이 백악관 테러의 배후와 새디어스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과정은 정치 스릴러나 첩보물 느낌이 난다. 외계인의 침공 등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그린 전작들과 달리, 미국 정치 내부의 드러나지 않은 치부를 드러낸다.

자제력을 잃은 새디어스가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고, 희소 자원을 두고 열강 국가들이 각축을 벌이는 장면은 현실 정치를 반영하는 듯 하다. 무능하고 독선적인 성격의 새디어스가 결국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존재가 돼서 폭주하는 장면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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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력을 잃고 '레드 헐크'로 변한 미국 대통령 새디어스 로스(해리슨 포드).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초인적 힘으로 난관을 돌파하던 스티브 로저스와 달리, 샘은 대화와 설득으로 위기에 대처한다. 인간적이면서도 유연한 면모다. 어벤져스의 중심으로서 개성 넘치는 슈퍼히어로들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이는 큰 장점으로 작용할 듯 하다.

액션 스타일도 달라졌다. 전임자보다 체격이 작고 초인적 힘이 없는 탓에 샘은 민첩하고 집요하게 상대의 급소를 공략한다. 벽돌 등 주변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영리한 액션도 사실적이다. 물론 캡틴 아메리카의 전매특허인 방패를 활용한 부메랑 액션은 여전히 호쾌하다. 레드 헐크로 변한 새디어스와 펼치는 종반 격투신은 액션의 하이라이트다.

공중 액션은 팔콘으로 활약할 때보다 훨씬 화려해졌다. 비브라늄 날개를 장착한 업그레이드된 수트로 고공 액션을 펼치며 날개를 검처럼 활용한다. 이전 캡틴 아메리카에게선 볼 수 없던 능력치다. 샘의 고공 액션은 인도양 상공에서 펼쳐지는 미국과 일본의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에 가장 빛을 발한다.

자신의 능력과 책임에 대해 늘 고민하는 샘의 면모는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진다. 동료 버키(세바스찬 스탠)에게 "슈퍼 솔져 혈청을 맞을 걸 그랬다"고 토로하는 등 엄청난 부담감에 짓눌려 있지만, 정의감과 동료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난관을 돌파해간다. 원조 캡틴 아메리카의 위용과 카리스마를 그리워할 팬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인간적인 동시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성장형' 캐릭터인 샘에 감정 이입하고, 그의 향후 활약을 응원할 관객 또한 많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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