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통상임금 부담, 6.8조로 턱없다?…“명절 떡값 없애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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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례’ 기업 충격파
정보기술(IT) 중견기업 A사는 직원들에게 명절마다 지급하던 보너스를 성과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판결로 명절 상여나 휴가비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돼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임금체계를 바꾸려면 노사 협의를 거쳐야 해 이마저도 쉽진 않은 상황이다.
통상임금 확대로 산업계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를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 기업에선 노조가 소송전까지 예고한 상태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아, 혼란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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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미사용수당 등 각종 수당에 연동된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는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직전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만 통상임금에 산입되어도 기업들이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경총 관계자는 “실제 판결에선 고정성 요건 자체를 폐기하면서 예상보다 범위가 더 넓어졌다”며 “정기 상여금, 명절 상여와 휴가비 등 수당들도 통상임금에 포함돼 기업들의 부담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이미 판결에 따른 추가 부담금을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백화점·마트 등 서비스직 직원이 많아 인건비 비중이 높고, 주말·연장근무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당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실적에서 통상임금 판결로 회계상 인식된 퇴직충당부채 등을 2132억원으로 잡았고, 롯데쇼핑(532억원), 신세계(350억원), 현대백화점(122억원) 등도 실적에 반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언젠가 반영해야 할 부담금이다 보니, 나중보단 지금 매를 맞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대부분 기업은 여전히 통상임금 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어디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할지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하므로 미리 추산하기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장근로나 교대근무가 많은 기업, 하도급을 많이 두는 기업일수록 부담이 클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성 노조를 둔 기업은 ‘줄소송’ 움직임에 한껏 긴장하고 있다. 기아노조는 오는 28일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급분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기아노조는 “대법원 판결대로 통상 제수당을 통상임금으로 100% 적용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새로운 법리는 판결 선고일(2024년 12월 19일) 이후부터 적용되고,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인 병행사건에 한해서만 소급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소급효 기준을 놓고도 해석이 분분해 줄소송이 예상된다. 법무법인 광장의 오용수 변호사는 “같은 사업장에서 추가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소송 제기 이후 청구 기간을 확대하는 경우, 기존 소송에서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는 경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소급효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뚜렷한 기준이 없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법에 ‘이러이러한 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리스트업을 해둔다”라며 “국회가 재계나 현장의 얘기를 듣고 입법을 통한 대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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