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애증의 ‘X’ 나타났다…오픈AI판 ‘사랑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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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AI 이합집산’

만나고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자한다. 인공지능(AI) 업계판 ‘사랑과 전쟁’일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반발하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올트먼의 기존 우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새 우군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까지,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간 복잡하게 얽힌 역학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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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11일(현지시간) 올트먼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오픈AI 인수 제안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같은 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선 “머스크의 삶 전체가 불안에서 비롯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그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올트먼의 날 선 반응은 전날 머스크 측 법률 대리인이 오픈AI의 지배 지분을 974억 달러(141조원)에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올트먼은 제안이 공개된 당일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고맙지만 사양하겠다. 원한다면 우리가 (머스크가 소유한) 트위터를 97억4000만 달러(약 14조원)에 사겠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올트먼 갈등,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은 2015년 비영리단체인 오픈AI를 같이 설립한 창업 동지다. 하지만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를 떠났다. 결별 사유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올트먼이 영리 사업을 시작하려고 해서 머스크가 떠났다는 설과, 머스크가 오픈AI를 지배하려 하다 갈등이 커져 떠났다는 설이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오픈AI를 비판하며 자신의 AI기업 ‘xAI’를 세웠고,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 ‘그록’을 선보였다.

머스크가 떠난 뒤 올트먼은 2019년 오픈AI의 사업 법인을 만들었고, MS 손을 잡았다. 새 동업자 나델라는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자 130억 달러를 투자했고 MS는 오픈AI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MS가 ‘코파일럿’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오픈AI와 협력 덕분이다. 올트먼이 2023년 11월 CEO 자리에서 일시적으로 쫓겨났을 때도 나델라는 올트먼을 지지했고, 복귀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러나 MS가 지난해 3월 딥마인드 공동창업자였던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AI 사업부 책임자로 영입하면서, 관계가 점차 소원해졌다.

MS의 빈 자리를 채운 사람은 손정의 회장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참여하는 ‘스타게이트’ 합작회사를 공개했다.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와 별개로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150억~25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실화할 경우, MS 대신 소프트뱅크가 오픈AI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의 만남과 헤어짐 이면엔 복잡한 손익계산이 숨어 있다. 특히 이번 머스크의 인수 제안은 오픈AI 흔들기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오픈AI는 비영리 법인 이사회가 사업 법인을 통제하는 형태다. 올트먼은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영리 법인에 사업 법인 일정 지분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머스크의 제안으로 이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가 제시한 974억 달러 규모 지분 인수 제안은 오픈AI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즉 올트먼으로선 통제에서 벗어나는 대가로 더 많은 비용을 내야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는 추가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오픈AI가 영리법인으로 전환되면 일부 지분을 받는 방식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서다. 올트먼이 “우리를 괴롭히려는 그(머스크)의 또 다른 전략”이라고 언급한 배경이다. 오픈AI의 발목을 잡는 게 머스크의 목표라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의 두 거물, 머스크와 올트먼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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