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차처럼 미국 공장 지을 여력 없다”…관세 쇼크 더 큰 부품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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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에 이어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부품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 규모가 작은 부품업계 특성상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보다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부품(HS코드 8708)의 미국 수출액은 70억7200만 달러(10조2000억원)로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액 188억900만 달러(27조3000억원)의 37.6%였다. 미국 다음으로 한국의 자동차 부품 수출량이 많은 멕시코(9.4%·17억6700만 달러)와 중국(5.8%·10억 8900만 달러)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재 자동차 부품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그 전에는 한국이 8%, 미국이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지만, 발효 직후 철폐됐다. 무관세를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의 미국 수출은 2020년(47억4500만 달러)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49.0% 증가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8.2%로 멕시코산(41.9%), 캐나다산(24.7%)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에 10~20%의 관세가 매겨지면, 수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미국 시장 판매 부진과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가 관세에 따른 원가인상분을 부품업체에 전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규모가 작은 부품업체일수록 피해는 클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3년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는 1만5239개사로 완성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952개사)→2차 협력사(2577개사)→3차 협력사(9536개사) 등 피라미드 형태의 도급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부품업계 전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3% 수준인데, 2·3차 협력사는 1% 미만이어서 단기 충격에도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자리도 줄 수 있다. 자동차 부품산업 종사자 수는 28만1373명인데 업계에서는 “관세 부과로 10% 이상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2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나 현대제철은 미국의 압박에 따라 떠밀리듯 현지 생산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자동차 부품업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수천억 원 이상이 드는 해외 공장 이전을 추진하기에는 여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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