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제유가·천연가스 연일 상승세…트럼프발 S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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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해지던 물가 다시 자극

한국 경제에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들썩이는 데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확전되고 있어서다.

국제유가는 사흘 연속 상승세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1.5% 오른 77달러를 기록했다. 3일 연속 뛰어 지난달 28일(배럴당 77.49달러) 이후 가장 높다.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3.32달러로 전날보다 1% 상승했다.

이란과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원유 제재로 공급이 위축된 영향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등의 ‘최대 압박’ 조치를 꺼냈다. 이란산 원유를 중국으로 나르는 법인은 물론 개인 선박에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포다.

제재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미국이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법인에 금융 제재를 단행하자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달 원유 생산량은 하루 896만2000배럴로 나타났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공급 협정에 따른 목표치보다 1만6000배럴 적었다. 독일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의 카르스텐 프리치 연구원은 “(미국의) 러시아와 이란 압박에 따른 원유 공급 위축으로 앞으로 몇 주 동안 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네덜란드 TTF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이달 10일(현지시간) 전날보다 4.1% 솟구친 MWh(메가와트시)당 58.04유로에 거래됐다. 2023년 2월 6일(58.11달러) 이후 2년여 만에 최고가다. 최근 유럽 전역이 추운 날씨에 난방 수요가 커진 데다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지나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관을 차단한 영향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 단기간에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원자재도 잇따라 관세 대상에 포함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 멕시코·캐나다에 25% 보편관세를 물리면서 캐나다산 원유 등 에너지에도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날 중국산 제품엔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원유 등에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보복의 악순환에 원자재 사재기가 늘고, 공급망이 흔들리면 고스란히 가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관세 전쟁이 확전되면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하는 응답자는 지난달 27%로 나타났다. 두 달 전 9%에서 많이 증가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얼어붙은 내수와 수출 둔화 ‘이중고’에 물가까지 다시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세계 원자재 공급망이 흔들리고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 경기 침체에 물가만 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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