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갈치 잡으러 가다 피항 중 전복” 제주어선 실종자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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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항 중 너울파도 수차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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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8시쯤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전복된 2066 재성호 선체에서 선원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주해경

제주해상에서 12일 발생한 서귀포 선적 ‘2066재성호’(32t·서귀포 선적) 전복사고는 피항 중 너울성 파도에 맞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해연승어선인 재성호는 지난 10일 오전 9시56분쯤 서귀포항에서 출항, 원거리 갈치조업에 나섰다가 기상악화로 다시 제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제주해경은 13일 “재성호가 조업에 나섰다 피항하던 중 큰 너울성 파도에 수차례 맞아 배가 오른쪽으로 넘어갔다”는 선장 진술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해역 돌던 경비함이 신고 4분 만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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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8시쯤 제주 해상에서 전복된 2066재성호 선체에서 선원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해경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7시 56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남서쪽 약 12㎞ 해상에서 재성호 가 보낸 초단파무선전화(VHF-DSC) 긴급구조 신호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오후 8시쯤 사고 해역에서 전복된 재성호를 발견했다. 500t급 해경 경비함정이 사고 해역 인근에 있어 신고 4분만에 재성호를 찾았다. 구조작업에 나선 해경은 구명벌에서 3명과 선체 위에서 1명, 해상에 표류 중인 선원 1명 등 5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승선원은 한국인 선장 김모(57)씨와 외국인 선원 4명(인도네시아 1명‧베트남 3명)으로, 이들은 서귀포 강정항에 도착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당 어선에는 50~60대 한국인 6명과 20~40대 외국인 4명이 승선했다.

실종자 추정 시신 1명 민간어선이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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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8시쯤 제주 해상에서 구조된 2066재성호 선원들.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지난 밤부터 이어진 해경의 수색으로 5명의 실종자 중 9시57분 민간어선이 실종자 추정 시신 1구를 인양했다. 해경구조대원들은 배 바닥을 두드리며 생존신호를 확인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수중 위로 떠 있는 배 바닥 속엔 생존자가 살아있을 에어포켓이 남아 있을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 선원 10명 중 5명이 구조, 실종자 추정 1명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4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사고해역인 제주도 남동쪽 앞바다는 전날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3~3.5m의 높은 파도가 치고, 초속 16~18m 강풍이 불고 있다. 함선 24척(해경15, 군2, 유관2)과 항공기 7대(해경5, 관군2), 해안가 순찰 및 수중 수색 등을 동원해 실종자를 수색 중이다.

지난해 사망·실종 세월호 참사 이후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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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8시쯤 제주 해상에서 전복된 2066재성호 선체.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어선 전복과 침몰, 충돌 등으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119명에 달한다. 1년 전인 2023년(78명)에 비해 41명(52%) 급증했다. 해양 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세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어선 사고를 포함한 지난해 전체 해양사고 사망·실종자 수는 165명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3월에만 어선 사고 5건이 발생해 18명의 인명피해(사망 11, 실종 7)가 발생하자 지난해 5월 ‘어선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해수부는 지난해 11월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한다는 지침도 내렸다.

가을·겨울철 먼바다 조업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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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수협 위판장에 당일 잡혀 온 갈치상자가 쌓여있다. 최충일 기자

잇따른 정부 대책에도 어선 사고가 줄지 않는 건 특히 가을·겨울철에 먼바다 조업이 집중된 결과다. 겨울철 제주 갈치 어선들은 서귀포에서 남서쪽으로 700~800㎞ 떨어진 남중국 인근 공해상과 200㎞ 거리의 일본 열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 등에서 주로 조업한다. 특히 남중국 인근 공해상은 어선인 경우 3~4일, 해경 함정도 이틀정도 달려야 도달하는 먼 거리다. 먼바다 조업이 많아진 것은 갈치가 겨울철 이 지역에서 주로 잡히기 때문이다. 가을·겨울에는 갑작스러운 기상악화와 낮은 수온, 화기사용에 의한 화재 등이 맞물리면서 대형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국내 선박사고 100척당 인명 피해율(사망·실종)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겨울(12~2월)의 인명 피해율은 4.8%로 여름(2.2%)이나 가을(3.1%)보다 월등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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