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美에 딱 걸린 中…'이란산 원유 라벨갈이' 꼼수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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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톈진항에 정박해 있는 유조선. EPA=연합뉴스
“올해 국제유가가 전년 대비 하락할 것이다”란 전망은 국내외 기관의 컨센서스(일치한 의견)다. 올해 글로벌 원유 생산량은 늘지만 경기 침체로 소비량이 정체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등장했다. 미국이 이란 압박에 나서면서다. 최근엔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라벨 갈이(relabeling)’해 수입하는 행태를 언급한 점이 관심을 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펴낸 일간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온 원유 수입량이 일평균 140만 배럴로 전년 대비 급증했다”며 “말레이시아 일평균 원유 생산량(60만 배럴)을 초과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쉽게 말해 중국이 말레이시아 원유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 물량을 들여오고 있다는 얘기다.
EIA는 통계 불일치에 대해 “중국이 이란에서 생산한 원유를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산으로) 라벨 갈이하거나 넘겨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기관이 특정 국가의 교역 ‘꼼수’를 직접 지목한 것이다. EIA 분석대로라면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라벨 갈이한 것으로 의심되는 말레이시아(일 140만 배럴)와 국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220만 배럴)로부터 일 360만 배럴 수준의 원유를 수입한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32.4%(2024년 기준)를 차지한다.
라벨 갈이에 주목하는 건 중국이 국제유가를 쥐락펴락하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라서다. 에너지 연구기관 EI에 따르면 중국은 일평균 1132만 배럴(2023년 기준)의 원유를 수입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어 EU(유럽·876만 배럴), 미국(650만 배럴), 인도(464만 배럴), 일본(252만 배럴)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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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EIA는 물론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3대 석유 관련 기구가 올해 국제유가 하락세를 전망한 근거가 원유 공급 증가와 수요 둔화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가 현실화할 경우 원유 공급 감소로 국제유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다시 시행하겠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원유 수출을 사실상 ‘제로(0)’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에 (상대적으로 더 센 제재를 받는) 북한 수준의 규제를 가할 경우 중국의 라벨 갈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생산이 10만 배럴 감소할 때마다 국제유가 전망치는 배럴당 1달러씩 오른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강경 스탠스로 전환할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의 0.5~1%가 감소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유가는 금리와 밀접한 ‘물가 화약고’다. 가뜩이나 ‘트럼프 관세’로 미국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마저 오를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일정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고민이 길어질 수 있고, 지난해 가까스로 2%대로 다잡은 국내 물가도 들썩일 수 있다.
다만 불황에 시달린 석유화학 업계의 분위기는 다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값싼 이란산 원유를 중국이 독식한 만큼 미국이 이란 제재를 강화할 경우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웠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러시아 원유를 값싸게 들여와 업황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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