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중·러 新삼국지 한 달…트럼프·푸틴 ‘브로맨스’에 시진핑 손익계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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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크림반도 얄타회담 80주년 기념 전시회에 출품된 '얄타 2.0' 제목의 작품.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려져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미·중·러 삼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트럼프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착이 현실화하면서 중국에 끼칠 이해득실 분석에 분주하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패싱한 채 종전 협상을 시작하고, 러시아의 주요 7개국(G7) 복귀까지 언급하자 미국이 러와 손잡고 중국을 위협하는 ‘연러제중(聯俄制中)’의 현실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다만 중국은 ‘연러제중’이 실현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3년간의 러·우 전쟁으로 미국과 서방 진영의 러시아에 대한 악감정이 여전하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러시아 역시 구소련 붕괴 당시 미국과 서방이 240억 달러의 대출 패키지와 60억 달러의 루블 안정화 기금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경제가 거의 붕괴했던 교훈을 떠올린다.

청야원(程亞文) 상하이 외국어대 교수는 “현 정세가 50년 전 닉슨의 방중이 소련에 충격을 줬던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닉슨 1.0’이 중·미·소 관계에 끼친 영향과 오늘날 ‘닉슨 2.0’이 중·미·러 관계에 끼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안보상의 이익을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경제 측면에서 제조업의 부활을 노리는 트럼프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산업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 교수는 “러·미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러·중 관계가 급전직하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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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中 “트럼프와 푸틴 모두 우익 보수주의자”

중국은 트럼프와 푸틴을 성향이 같은 우익 보수주의자로 보고 있다. 개혁주의 성향의 왕밍위안(王明遠) 베이징 개혁 및 발전연구회 연구원은 “트럼프와 푸틴은 ①서구 민주주의 프레임을 비판하고, 스트롱맨 통치를 옹호하며, ②세계화에 반대하고, ③다문화에 반대하며 기독교 문명의 지배적 지위를 옹호하는 이념적 동지”라고 분석했다. 왕 연구원은 트럼프가 결혼과 사업 경력 및 정치적 인맥 모두 동유럽 및 러시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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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기념품 상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려진 러시아 전통 인형 마르료시카 인형이 놓여있다. EPA

이를 기반으로 중국 학계는 트럼프와 푸틴의 밀착이 ①국제질서의 다극화, ②무역 자유화의 퇴조, ③유럽 우익 보수세력의 굴기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라고 대만 연합보가 최근 보도했다.

첫째, 다극화된 세계 질서의 출현에는 중국의 영향도 작용했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의 부상, 중국이 지난 10여년 추진한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전략의 효과, 트럼프 등장에 따른 미국과 유럽이 연대하는 대서양 체제의 균열,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의 약화에 따른 결과다. 특히 트럼프는 유럽의 평화를 위해 미국이 비용을 지불하던 관례를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국제 안보 현안에서 더는 무임승차할 수 없게 되면서 외교적 비용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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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시위대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그림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둘째, 무역 세계화와 자유화 질서의 퇴조다. 이는 지난 50여년간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중국의 이익과 상반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업을 보유했지만, 자원이 부족해 세계화가 종식된다면 그동안 누려온 경제적 우위도 끝나게 된다. 중국이 단순히 돈을 풀어 국내 수요를 확대하는 대신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와 발전을 견인한다는 전략을 채택한 이유다.

셋째, 유럽을 시작으로 우익 보수주의의 득세다. 트럼프와 푸틴의 밀착은 유럽의 안보 우려를 높이면서 보수 우파의 입지를 강화한다. 지난 23일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승리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을 물리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프랑스 총선을 비롯해 유럽 각국 선거에서 반중(反中) 성향이 강한 우익 정당의 부상은 중국에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푸틴의 유라시아주의 중·러 경쟁 불러올 것

중국은 동아시아의 지정학 질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러시아의 동진에 따른 중·러 긴장을 예상한다. 푸틴은 첫 집권 기간(xxxx-xxxx) 동안 대서양 주의를 추구했다. 유럽연합(EU)와 연대해 ‘통일된 대유럽’을 추진했지만 이념적 차이 등의 요인으로 좌절당했다. 총리를 거쳐 2012년 재집권한 푸틴은 유라시아주의를 앞세워 동진 전략으로 갈아탔다. 중앙아시아의 과거 구소련 위성국을 규합해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결성했고, 지난 2022년에는 카자흐스탄 폭동에 군대를 파견해 진압했다. 지난해 북한과 군사동맹 관계를 복원한 것도 유라시아주의의 일환이라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러·우 전쟁이 종식되면 유라시아주의와 일대일로의 경합 구도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동북아에서는 중국에 유리한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 “미국이 대만을 무료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이 나오면서다. 향후 미국의 상호관세까지 현실화되면 한국·일본·대만·베트남 등 대미 무역 흑자국은 미국의 공급망과 함께 중국과의 협력을 재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 따라 대만에서 독립파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한다.

中, 러·우 종전을 유럽 견인 기회로 활용할 듯

최근 급물살을 타는 러·우 전쟁의 종전 협상에서 중국은 독자 노선을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도덕적 우위를 차지해 유럽과 관계 완화를 도모하면서 우크라이나에도 선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대만 연합보가 전망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주 영국과 독일·아일랜드를 방문해 미국과 러시아에 모두 실망한 유럽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트럼프의 대중국 전략이 전모를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측 예단처럼 ‘연러제중’의 실현 가능성까지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미·중·러 삼각 구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시간을 번 만큼 미·중 모두와 실무 접촉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안보 위협과 리더십의 복귀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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