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숭실 찍고 이화, 서강"…'집회 도장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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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 서지원 기자

대학가에서 잇따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시국선언에 유튜버 등 외부인까지 참여하면서 대학들이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다음달 개강을 앞두고 각 대학은 학내 집회 불허 또는 경찰에 지원 요청 등 검토에 나섰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번주 이화여대(26일)와 서강대(27일), 성균관대·서울시립대(28일) 등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열린다. 경희대·한국외대·한양대도 일정을 정하고 있다.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대학별 집회 일정을 취합한 달력이 등장했다. 학교 안팎의 ‘화력 지원’을 당부하는 취지다. 집회는 대부분 학생회 등 공식 단체보단 비슷한 정치 성향의 학생들이 모여 주최한다.

찬탄·반탄 간 충돌을 우려해 아예 집회를 허가하지 않은 대학도 나왔다. 전날 오후 2시 숭실대는 정문 앞에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일체의 집회를 불허한다”는 팻말과 통제선을 설치했다. 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숭실인들’은 학내 집회를 신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고 학교 바깥 인도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숭실대 관할인 서울 동작경찰서가 경력을 배치하고 질서 관리를 했다. 숭실대 관계자는 “학교 질서 유지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안전 관리를 위해 (교직원이) 비상대기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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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정문 앞에 걸린 "사전 허가를 득하지 않은 일체의 집회를 불허한다"는 내용의 팻말. 서지원 기자

집회에는 신고 인원과 같은 약 1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부정선거는 음모론이 아니고 현실”, “비상계엄에 관한 대통령의 설명이 납득됐다”고 발언했다. 박수와 환호로 호응하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양대·건국대는 왜 소식이 없느냐”, “숭실대 다음은 이화여대·서강대로 가자”고 하기도 했다.

같은 날 중앙대도 사전 허가를 요청한 반탄 시국선언을 불허했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한 대학원생은 학내 커뮤니티에 “탄핵 찬성 시국선언,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 청소노동자 궐기대회는 허용하면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좌편향한 학교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중앙대 관계자는 “외부인 참여 때문에 집회를 불허했다. (숭실대처럼)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한다면 공식적으로는 경찰에서 안전 관리를 하고, 학교 본부도 인원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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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교문 안에서는 '윤석열 퇴진 긴급 고려대 행동을 준비하는 모임' 주최로 탄핵 찬성 집회가, 교문 밖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고대인들' 주최로 탄핵 반대 집회가 있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대(15일·17일)와 연세대(10일)·고려대(21일) 집회에서 찬탄·반탄 양측의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면서 많은 대학들이 외부인이 참여하는 집회를 막을 수 있는 근거를 검토했다. 서울대의 경우 캠퍼스 이용 규정에 “면학 및 연구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외부인이 다수 참여하는 집회는 사전에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숭실대 학생생활규정에 따르면, 집회 또는 행사 신청서가 허위로 기재되었거나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총장이 불허할 수 있다.

경찰력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안전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경찰과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는 입장”이라며 “학내 구성원의 안전과 면학 분위기를 위협한다는 판단이 있으면 (교직원·경찰 등) 안전 인력을 최대한 배치하겠다”고 했다. 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 관계자도 집회 규모와 양상에 따른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전날 부산대 앞 집회에는 찬탄·반탄 세력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력 200여 명이 투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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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과 이들을 규탄하는 탄핵 찬성 측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10·16 부마민주항쟁로'를 따라 두 줄로 인간 띠를 만들며 도열했다. 연합뉴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튜버 등 외부인이 ‘도장 깨기’ 식으로 각 대학에서 세를 조직하면서 학생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저해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상대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학 관계자들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금기시됐던 경찰력 투입 등에 관한 언급이 “집회 참가자를 자극할까 조심스럽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물리적인 충돌 등을 모니터링해 (학교 본부와 경찰이)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살펴보고 있지만, 집회 사전 허가는 검열로 보일 수 있어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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