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달치 비타민이 3000원…건기식 깔린 다이소, 약사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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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다이소 매봉점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점 다이소가 뷰티·패션제품에 이어 건강기능식품(건기식)까지 영역을 넓히며 업종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건기식 시장에는 제약업체뿐 아니라 식품·뷰티·유통업체까지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다이소의 초저가 전략이 ‘레드오션’이 된 건기식 시장을 재편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달치 비타민이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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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이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닥터베어’ 건기식 26종. 사진 대웅제약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전국 200여개 매장에 대웅제약과 일양약품의 건기식 30여 종이 입점했다. 멀티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코엔자임 큐텐 등의 영양제가 대부분으로 가격은 3000원, 5000원으로 책정됐다. 3개월 또는 6개월분 용량으로 구성된 기존 제품과 달리 1개월분 소용량으로 구성됐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종근당건강의 제품 10여 종도 추가 출시 예정이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다이소의 가장 큰 장점인 상품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건기식을 새롭게 들여왔다. 아직 전국 1500여개 점포 중 일부(200여개)에서만 판매를 개시했다”며 “소비자 반응을 확인해가며 판매 점포 수를 조정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판매처 넓어진 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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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문을 연 다이소 부산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점의 모습. 사진 신세계사이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조440억원으로 2030년에는 25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팬데믹 이후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주 소비층인 5060세대의 인구가 늘면서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하지만 건기식에 진출하는 업종이 늘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심, CJ제일제당, 빙그레, hy(한국야쿠르트), 풀무원 등 식품업체들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기식을 신사업으로 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자회사 현대바이오랜드), 롯데홈쇼핑 등 유통업체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한국콜마(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 코스맥스(자회사 코스맥스엔비티) 등 뷰티업체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약업계도 일찌감치 건기식 전문 자회사를 세워 사업을 확장 중이다.
그간 약국에서 매대 경쟁을 벌였던 건기식 제조업체들은 올리브영, 편의점, 홈쇼핑, 온라인 플랫폼 등으로 판매처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다이소의 건기식 시장 진출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성재 대웅제약 건강기능식품사업부 팀장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건강 고민에 맞는 제품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이소에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다양한 소비자층에게 대웅의 건기식 브랜드 ‘닥터베어’를 알리고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사·약국, 불매운동 조짐도
반면 시중 약국에서는 다이소의 건기식 시장 진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다이소에 출시된 영양제들이 기존 약국 판매 제품과 성분이 비슷하면서 가격은 5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약사 커뮤니티에서는 판매처에 따라 제품 함량이 다르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효능 차는 크지 않아 차별화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약사들 사이에서는 다이소 입점 제약사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도 일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건기식은 이미 온라인과 대형마트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며 “성분과 제형에서 약국 건기식의 차별점이 있기 때문에 판매처 확대는 시장 전체 크기를 키우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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