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량 보 설치하고 철수 중 무너져…"거더에 문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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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는 교각 사이를 연결하는 상부 구조물인 ‘거더’가 추락하며 발생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교량 위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0명도 구조물과 함께 추락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청·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시공사 등이 파악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제9공구(4.1㎞)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호반산업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고, 충남 당진 소재 장헌산업이 하도급업체로 해당 교량 공사를 진행했다. 장헌산업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 평가액 585억원, 토목공사업 시공능력 8위 업체다.

사고는 거더 설치를 마친 후 장비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거더 쪽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거더는 교량 기둥과 기둥 사이에 상판(슬라브)를 얹기 위해 놓는 알파벳 대문자 'I' 모양의 가로 보를 뜻한다. 다리 상판 밑에 설치돼 구조물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사고 영상을 보면 거더가 동시다발로 추락하면서 ‘V’자로 꺾인다”며 “거더끼리 연결이 미흡했거나 거더를 지탱하는 강선(두꺼운 철근)이 파단(끊어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더에 충격 또는 진동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런칭가설 트러스)가 시공 순서, 시공 방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원래 콘크리트 거더 가운데 부분이 힘을 가장 많이 받아 약한 부분"이라며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설계상 계산 문제인지,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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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연결공사 교량 작업 중 교량을 떠받치던 50m 철구조물이 무너졌다. 사고로 작업 중이던 인부들이 숨지거나 다쳤다. 김종호 기자 20250225

지난해 4월 경기도 시흥시 서해안 우회도로 건설 현장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거더를 교각으로 올리던 중 거더가 부러지면서 교각 구조물이 붕괴해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3년 11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도 거더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토부는 박상우 장관을 본부장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꾸렸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엄정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안전관리계획서와 유해위험방지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정확히 준수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는 “건설 사고가 날 때마다 기술적 원인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근본적, 구조적, 관리적 측면의 원인 규명은 소홀한 경향이 있다”며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선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공 주관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25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당사 시공현장의 인명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부상을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모든 노력과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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