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6일 제주도내 한 야산에서 찾은 해당 유골함.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제주의 한 사찰 납골당에서 유골함을 훔친 후 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한 중국인들이 해외로 도주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특수절도 등 혐의로 40대 중국인 남성 등 2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범행 직후 이들이 해외로 도주해 경찰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이들을 추적, 검거할 계획이다.

경찰이 26일 제주도내 한 야산에서 찾은 해당 유골함.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경찰에 따르면 이 중국인 일당은 지난 24일 오전 1시쯤 도내 한 사찰 납골당에 침입해 6기의 유골함을 훔쳤다. 이들은 훔친 유골함을 1.5㎞ 떨어진 인근 야산에 숨겼다. 3기씩 나눠 서로 400m 떨어진 두 곳에 각각 묻었다. 나무껍질을 벗겨내 표시한 뒤 나무 밑에 묻는 수법이었다. 절도사건 당일인 24일 오전 유가족이 해당 사찰 납골당을 찾았다가 유골함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납골당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납골당 측에서 경찰에 신고하며 수사가 이뤄졌다.

중국인 일당은 범행 직후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달아났다. 이후 절도사건 발생 하루 만인 지난 25일 캄보디아에서 납골당 관계자 측에 전화와 텔레그램을 이용, 연락해 금전을 요구하며 협박하기도 했다. 전화통화에서 이들은 “200만 달러(한화 약 28억7000만 원)를 주면 유골함을 주겠다”고 공갈·협박했다. 이들이 훔친 유골함은 안치비용이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상과 가까울수록 안치비용이 높아지는 국내 장례 관련 특징 등도 인지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경찰이 26일 제주도내 한 야산에서 중국인 일당이 숨긴 유골함을 땅을 파내 찾고 있다.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경찰은 피의자들이 지난 18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해 24일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기간 범행 당일 포함해 납골당을 3차례 찾았고 인근 납골당 등을 추가로 물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신고 직후 형사과 6개 팀이 투입돼 밤낮으로 인근 야산을 뒤져 사건 발생 이틀 만인 26일 유골함 6기를 모두 찾아 유족에게 돌려줬다.

제주동부경찰서. 최충일 기자

제주경찰 관계자는 “제주도가 무사증 제도를 통해 입국이 쉬운 점과 한국인의 장례문화에 효심이 깊게 작용하는 점을 노려 유골함을 훔친 사건으로 보인다”이라며 “도내 납골당 내 시정장치나 폐쇄회로(CC)TV 등을 꼭 설치하고, 피해를 당했을 경우 경찰에 즉시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 제주에서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외국인은 총 608명이다. 범죄 유형별로는 살인 1명, 성범죄 14명, 절도 62명, 폭력 113명, 지능범 74명, 마약류 1명, 교통 143명 등이었다. 608명 중 중국인이 가장 많은 412명(67.7%)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