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관세 해법도 가지가지…韓 배터리·철강 '물밑 작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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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부터 발효되는 알루미늄과 철강제에 대한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백악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4일(현지시간)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신규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시행했다. 해당 국가들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맞불 전략’을 시사했다. 직접 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은 아세안 국가들도 각각 협상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5%, 중국에 대해 10%를 추가하는 미국의 관세는 이날 발효됐다. 이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성명을 통해 “4일 0시 1분부터 우선 300억 캐나다달러(30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21일 이내에 추가로 1250억 캐나다달러(12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미국에 부과하기로 한 맞불 관세를 잠시 유보하겠다고 밝힌 후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계획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국제금융센터의 ‘주요국별 트럼프 관세 대응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조치에 따른 국가별 대응은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국가들은 협상을 병행하면서도 미국을 향한 압박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지난달 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미국과 무역 분쟁 발생 시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ACI)'를 발동할 수 있다고 짚었다. ACI는 EU 및 회원국에 통상 위협을 가한 제3국의 역내 투자를 제한하고 배상금을 부과하는 조치로, EU 내 미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근거다.

김경진 기자
중국은 지난달 미국의 추가관세 조치 직후 ‘강수’로 맞받았다. 미국을 즉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산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일부 품목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등 단호한 대응에 나섰다. 미국 대표 IT기업인 구글에 대해서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미국산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10~15%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등 동시다발 대응에 나섰다.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과의 협상에 초점을 둔 ‘각자도생’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특정된 아세안 국가는 아직 없다. 다만 국가별 경제 상황과 이해관계가 달라 ‘일대일’ 협의로 대책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부터 외무성, 경제산업성 등 관료들이 참여하는 ‘트럼프 대책 회의’를 지속하며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지난달 7일에는 미·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대미 투자를 1조 달러(약 1456조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손을 잡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중국·EU·멕시코에 이어 대미 무역흑자 4위를 기록한 베트남도 대미 무역흑자 축소에 나섰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산 보잉사 항공기 등 미국 수입품 구매 계약을 확대하는 식으로 대책을 모으고 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정상외교’ 의향도 밝혔다.
한국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협상의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국가 간 강 대 강 조치로 맞받는 전략은 장기적 통상관계에 어려움을 끼친다”라며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국내 기업들은 산업별로 힘을 모아 트럼프발 통상 파고에 대응하고 있다. 각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이지만, 대미 관계에서는 이해관계가 같아 모처럼 손을 맞잡고 공동 대응 중이다.
대미투자 규모가 큰 배터리 업계는 정부와 공동으로 대미 아웃리치(물밑 접촉)에 나섰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미국 사무소 임원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열흘간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산업통상자원부·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함께 미국 6개 주 정부 면담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성장세가 주춤해진 배터리 업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이 축소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배터리 3사는 현지 고용 효과 등 공통 메시지를 담은 리플렛을 마련, 공장이 있는 테네시·애리조나·인디애나 등 주 정부 인사들을 만나 연방정부를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25% 관세 부과가 예고된 철강 업계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포스코는 최근 그룹 통상 담당 임원 등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아웃리치를 진행했다. 미국 정부·협회 관계자 등에게 미국 경제안보 공급망 측면에서 한국 철강과 2차전지 소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철강협회 또한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과 함께 이르면 이달 방미를 추진 중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 부과·보조금 축소 등 우려에 산업계가 합심해 대응하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 공장이 있고 공화당이 장악한 주 정부 대상 아웃리치를 통해 한국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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