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TSMC 1000억 달러 내밀자, 트럼프 “대만 침공 땐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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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의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6조원)를 추가 투자한다. 반도체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대만의 지정학적 불안까지 더해지자 대만과 TSMC가 1000억 달러 투자 카드로 대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백악관에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발표로 TSMC의 대(對)미국 투자는 모두 1650억 달러가 된다”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바로 이곳 미국에서 생산되고, 그 상당 부분을 TSMC가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바이든 행정부 때 650억 달러를 애리조나주에 투자해 반도체 공장(팹) 3개를 짓기로 했는데, 이번 투자로 반도체 공장 5개와 연구개발(R&D) 센터를 추가한다. 기자회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TSMC의 투자는) 보조금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이라며 ‘트럼프 관세’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를 언급하며 “웨이 회장은 게임에서 훨씬 앞서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TSMC의 이번 투자는 대만의 정치적 이해, 미국의 경제적 이해를 둘러싼 협상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TSMC의 이번 투자로 중국의 대만 고립화 내지 점령 시도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훌륭한 질문”이라면서 “‘최소화’라고 말하긴 어렵고, 그것(중국의 대만 침공)은 분명히 매우 재앙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지원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대만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방어에 대한 질문에 “절대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그 입장(방어 약속)에 갇히고 싶지 않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이 때문에 대만에선 미국이 언제든 대만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TSMC의 투자 선물을 받고 나자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대만의 안보 문제에다 ‘인텔과 협력하라’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까지 받자 TSMC가 대규모 투자를 협상 카드로 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TSMC에 인텔 공장 인수 또는 기술 합작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투자로 TSMC가 얻는 것도 많다. 향후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칩 수주를 싹쓸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TSMC와 파운드리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삼성전자로서는 관세 압박과 수주 경쟁에서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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