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작년 한 달 일찍 핀 매화, 올해는 지각…전국 꽃축제 '눈치게임&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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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죽천리 야산에서 매화꽃이 꽃망을 터뜨리고 있다. 뉴스1
5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을 맞이했지만, 남부 지방에서는 매화가 늦잠을 자고 있어 관련 축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포항의 경우 평년보다 32일 빨리 피었던 것과 딴판이다.
매화 축제를 주최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낭패를 봤다. 1일 개막한 경남 양산의 원동매화축제는 매화꽃 없이 축제를 치렀다. 전남 순천시는 당초 매화 축제를 지난달 22일로 계획했다가, 일정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오는 8일에 열 예정이다.
매해 약 100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광양 매화축제도 7일 개막을 앞두고 비상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꽃이 피고 있는데 아직 개화율이 20% 밖에 안 되는 것 같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 뒤늦은 한파에 매화 지각

입춘 한파가 몰아친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 고드름이 얼어있다. 뉴스1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주도를 제외하곤 매화가 공식 개화(기상청 관측목 기준)한 곳이 없다. 앞서 2월 매화의 발아(꽃눈이 틈) 시기도 들쭉날쭉했다. 지역에 따라 평년보다 한 달 빠른 곳도 나타났고, 일주일 이상 늦는 곳도 있었다. 흑산도에서는 평년보다 36일 이른 2월 1일에 발아했지만, 아직도 개화하진 않은 상태다.
이는 지난 2월 두 차례 찾아온 북극 한파 탓이다. 한강 결빙을 일으킨 '입춘 한파'(2월 3~10일)에 이어 겨울 막바지(18~24일)까지 한겨울 같은 한파가 나타났다. 지난 2월 전국 평균기온은 -0.5도로 평년보다 1.4도 낮았다. 지난해(4.1도)보다는 5도 가까이 떨어졌다.
기상청은 북대서양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북극에 따뜻한 공기를 불어 넣으면서 2월에 음의 북극진동(우리나라에 추위를 일으키는 조건)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추위 탓에 매화가 피지 않고 있는데, 갑자기 날씨가 며칠 따뜻해지면 바로 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매화가 피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추위와 따뜻한 기온이 모두 필요한데, '저온요구도'는 충족이 됐고, '고온요구도'만 충족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벚꽃 축제 일정 막바지까지 고심

지난해 3월 31일, 여의도봄꽃축제가 시작된 후 첫 주말이지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일대에 벚꽃이드문드문 피었다. 영등포구는 벚꽃이 만개할 때를 고려해 축제기간을 늘렸다. 연합뉴스
2~3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벚꽃 개화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월 기온을 고려하면 매화처럼 늦게 필 수도 있지만, 3월 기온이 너무 따뜻할 경우 예상보다 빨리 필 수도 있다. 기상청은 3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가능성을 80%로 전망하고 있다.
윤중로 벚꽃 축제(여의도 봄꽃축제)를 주최하는 서울 영등포구도 이런 이유에서 벚꽃 축제 일정을 고심 중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벚꽃이 개화가 아닌 만개 수준이 돼야 축제에 온 사람들이 '벚꽃 놀이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만개 시기를 맞추는 건 더 어렵다"며 "2개의 안을 놓고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봄꽃 개화 예측은 앞으로도 어려울 전망이다.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기온의 변동 폭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22일에는 서울 일 최고기온이 25.1도로 1907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해에도 24일 백령도에서 일 최고기온(18.8도)이 역대 최고치였던 것으로 기록됐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의 이재정 예보팀장은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4~7일 빠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3월 날씨가 예상보다 더 따뜻해지면 예측보다 빨리 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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