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회 불 지르자" "둔기구매 인증샷"…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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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서부지법 난동 사태 전후로 폭력 모의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올라왔지만, 경찰 수사 등의 이유로 폐쇄형 SNS로 옮겨졌다. 뉴스1

“국회에 불을 지르자” “폭동이라도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이 진행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3일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에 올라온 글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텔레그램 등 각종 폐쇄형 SNS에서 ‘자유’ ‘우파’ ‘탄핵 반대’ 등을 키워드로 한 수십여 개의 대화방에선 폭력 행위를 모의하는 듯한 발언이 실시간으로 게시되고 있었다. 이중엔 최대 1000여 명이 참여한 대화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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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모의 대화방에 입장하면 자동으로 올라오는 “5·18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폭동”이라고 답해야 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

지난달 23일부터 열흘간 10곳의 대화방에 직접 참여해 보니 강제 퇴장을 당하지 않으려면 일종의 ‘사상 검증’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대화방에 입장하면 자동으로 올라오는 “5·18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폭동”이라고 답해야만 대화에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다. 대화방 닉네임도 ‘이재명 구속’ ‘탄핵 기각’ 등으로 설정해야만 했다.

지난달 19일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이전엔 ‘미정갤(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갤러리)’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올라왔던 글들이 이제는 폐쇄형 SNS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찰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서부지법 난동 사태 모의 정황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대화방 참여자인 20대 김모씨는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것만 같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텔레그램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둔기 구매 인증샷에 ‘경찰 분산’ 시나리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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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복수의 대화방 참가자들은 “폭력 모의가 아니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화방에선 둔기를 구매했다는 ‘인증샷’을 올린다거나 “현장에서 전투력이 높은 행동파를 스카웃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10명만 뭉쳐도 헌재 앞을 막아서는 견찰(경찰 비하용어)이 두렵지 않다”라거나 “경찰이 1시간마다 교대하는데, 이때를 노려 급습하자”는 대화도 이어졌다. 해당 대화 내용은 운영자가 설정한 기간이 지나면서 자동으로 삭제됐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는 선고 결과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한 참여자는 지난달 24일 “경찰이 안국역·광화문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 방송국 등 주요 적진을 게릴라성 시위로 공략하면 경찰 병력을 분산케 하는 효과가 있어 쉽게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겨냥해서 “탄핵을 인용하면 나랑 같이 죽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치인 공격에 근거 없는 음모론도 무차별 게시

여야 정치인을 향한 강경 발언도 끊임없이 게시됐다. 지난 3·1절 주말 집회 땐 대화방에서 “우원식(국회의장)처럼 담을 넘어 몰상식 국개(국회의원 비하용어)를 처단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갈기갈기 찢어버려야 한다”라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선 “배신자, 처단 대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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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음모론을 퍼뜨리는 역할도 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으로 지목한 부정선거 의혹이나 중국과 연관된 것들이 대화방에서 다뤄졌다. 지난달 25일 세종~포천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가 일어난 것이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묻히기 위해 공산당이 저지른 것”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 무분별하게 올라왔다.

“일일이 대응은 한계”…폐쇄형 SNS, 수사 어떻게

위협이나 폭력을 조장하는 글들이 공개 장소에서 비공개 장소로 옮겨지면서, 경찰 수사도 난항이다. 관련 고발이 없으면 인지 수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테러 위협 글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존 제재 방식을 활용해 폐쇄형 SNS 테러글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상희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카카오톡의 경우 참여자의 신고로 위협 글 게시자 활동을 중단할 수 있다”며 “해당 내용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하면 경찰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텔레그램과의 수사 협조 물꼬가 튼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검거해야 사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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